본문 바로가기

단상

겨울에 만날 사람들....

1. 어떻게 변했을까?

마음이 설렌다.

바쁜 와중에도실제적인 준비와 함께 마음의 준비로 분주하다. 기차표도 다시 확인하고, 갈 친구들

점검도 하고....

오늘 대구로 내려간다.

몇 십 년만에 초등학교 동기회에 참석하는 것이다.

물론, 같은 반 친구들과는 몇 년 전부터 모임을 하고 있고, 지난 봄에 우리 반 친구들이 대거 서울로

올라와 우의를 다지며 동심을 더욱 다지기도하였다.

전부터 참석해 달라는 부탁이있었지만 연말에 멀리 내려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반의 대표를 맡은 이상, 이번에는 미리부터 일정을 빼 놓고, 서울 친구들을 몰아서 내일

드디어 많은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모두 어떻게 변했을까?

2. 유별난 동기들

참 극성스러운 우리 동기들이었다.

흔치 않게 고1때 동기들을 몰아, 라이온스 회관을 빌려 동물 발표회를 열었던 우리들이었다.

그 때 나는 연극 대본 작가 겸 감독인 셈이었다. 데뷔작인 셈??

'남과 북'이라는 제목으로 남한과 북한의 생활상을 대비시킨 연극이었다. 소품 준비며, 대사작성

그리고 감독 역할까지 하면서 극성을 떨었던...아직도 그 끼가 남아서 아이들과도 연극 꾸며서 할

때가 너무 즐겁다. 반 친구들은 웬만한 친구들은 다 만났지만, 그 때 함께 극성를 떨었던 핵심멤버

들이 무척 보고 싶다. 지난 번에 동기회와 전체 동창 체육대회에 다녀온 친구에게 대충 이야기는 들

었고, 카페에서 먼 눈으로나마 사진에서 보아서 짐작은 가지만, 다들 어떻게 변했을지, 정말 궁금하

다.

3. 또다른 그리운 친구들

보고 싶은 친구는 고등학교 때 함께 교회 다니던 친구들이다. 그 중 가장 친했던 친구 두 명은 지금

서울에서 자주 만나고 있지만, 다른 여러 친구들이 보고 싶다. 특히 목사님 딸과 그 사촌여자아이, 그

리고 함께 찬양도 많이 하고 했던 몇몇 친구들, 나와는 크리스마스 연극 때 부부 역할을 했던 친구가

무척 궁금하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이야기에서 구두쟁이와 구두쟁이 아내로

출연했던.....남자애가 여자처럼 꼼꼼하고 그림도 잘 그려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 때 유행하던 카드

그리기를 너무 잘 해서 인기가 많았다. 지금은 바로 그 교회다니던 목사님의 딸이면서 우리 동기인

친구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동기였던 친구들 중에서 유일하게 그 교회에 살아남은....

또 나와 함께 고전읽기도 했고, 임원활동도 했던 친구들이다.

요즘도 계절만 바뀌면 문자를 보내곤 하는 친구가 있는데, 몇년 전부터 내려오라는데 못 내려가서

그 친구의 변화된 모습도 무척 궁금하고, 그 밖에 이런 저런 이유로 연결된 친구들, 다 나올지가 걱

정이지만, 옛날의 모습이 남아 있을까?

4.종교 이야기

나는 지금 특정종교는 없다.

그런데, 두루 섭렵을 한 편이다.

초등학교 때 친구 따라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다른 아이들처럼 교회에 몇 번 갔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방학 때는 할아버지 댁에 가면, 할아버지께서 독실한 불교신자셨기에 불경을 따라서

많이 외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때 도시로 전학 가기 전까지도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 다니

며 절에도 많이 가 보았고, 내가 불경을 줄줄 잘 왼다고 칭찬도 많이 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때는 미션 스쿨이라 교장선생님께서 신부님이셨고, 중1때 담임선생님은 수녀님이셨다.

그래서, 구약성서를 읽고 성경과목으로공부도 했으며 수녀원의 아름다운 노래소리와 성모당의

고즈녁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 미션스쿨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있었으니...그리고 그 재단이

커서 바로 옆에는 남중과 남고가 있었고, 우리 쪽으론 여중과 여고가 조금 간격을 두고 있었다.

그 일대는 거의 그 재단이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은 다 외곽으로 이전을 했다고 한다.

여고 때는 친구의 권유로 동네의 교회를 다녔다. 지금도 가장 친한 동네친구이고 서울에서 자주

만나는 독실한 기독교인 친구이다.할아버지께서 불교에 독실하셨고, 아버지 어머니 모두 불교

쪽에 가까워서 모태 신앙이 될 수는 없었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교회 다니는 걸 무척 반대하셨다.

그러나 기독교적인 것에도 익숙해지고 친구들도 사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셨던 어머니의 묵인

아래 2년 동안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어머니와 짜고 적당히 둘러대며....경제적인 어려움도 컸고,

암튼 마음이 혼란해지기 어려운 시기였는데, 비뚤게 나가지 않고 열심히 공부만 할 수 있었던 것

은,그 돌파구가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생각을 오늘에야 하게 된다.

그런데 왜 계속 다니지 않았는지, 그것은 참 첨예한 문제라 함부로 말하기는 그렇다.

아무튼 그 교회의 운영방식에 실망했다는 정도....개척교회였는데, 족벌식 운영체계, 금전에 대한

집착 등이 눈에 보이고...나를 전도한 그 친구네 집도 그 뒤에 다른 교회로 이적을 했으니까...

그리고 집안이 다 함께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 학생들이라고 해야겠지? 그런 사람들에게 차별

을 한다는 느낌이들었던 것도 같고....나로서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다양한 종교관에 대해서 타 종

교를 너무 비방한다는 느낌??? 아무튼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느낀다는 그런....

5. 다시설렘으로!

여러 친구들을 상상하다 보니, 그 이야기를 쓰자면 아마 몇 날 며칠이 걸려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이제는 머리도 반질반질해지고 주름살이 간간히 퍼지는, 그런 아저씨 아줌마들의 모습을 다시

상상하니 우습기도 하고....다 만나면 겸연쩍어서 얼마나 서로 웃게 될지 그런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