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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낙엽 따라 환해지고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노래가 귓전에 맴돈다.

가을은 가는데, 사실 마음이 그리 풍요롭지는 못하다.

9-10월은 우리 학급일로 바쁘게 보냈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 나름대로 좋은 결과도 얻었다.

아이들의 마음도 많이 자란 듯 해서 요즘은 흐뭇하기도 하다. 단, 이제 자꾸 농담만 하려고 하는 것이

좀 걸리지만....

이젠 학교일, 교육청일로 바쁘다.

한 해의 추수를 위한 여러 가지 일들, 내년의 설계를 위한 일들, 그리고 퇴근 후까지이루어지는 교

육청의 일들......오늘도 인터넷으로 새로이 시작될 프로그램 작업을 배우기 위한 연수에 골머리를

앓았고, 그 덕분에 해 가야할 일이 시간에 쫓겨 허둥대고....9시 반쯤집에 도착,피로가 쌓여 거실

에 퍼져서 드라마 보다가, 막상 자려고 누웠더니 잠이 오질 않아 이러고 밀린 일들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주말마다 김장거리를 건사하여, 지지난주엔 달랑무를 수확했고, 지난 주말엔 배추와 무,

갓, 쪽파 등을수확하여 그저께 김장까지 담궜다. 직접 수확한 배추여서 그 만큼 애착이 가기도 하

지만, 싱싱하면서도 달고 맛있게 수확이 되어서 뿌듯하다. 배추와 무는 2주 정도 늦게 심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김치냉장고를 꽉 채우고도 항아리에 두 개를 더 담을 정도로 담궈서 내년 여름

까지는 아마 김치걱정은 안할 것이다. 평일에 해서 사람을 사서 하긴 했지만, 덕분에 이번 주말엔

여유를 얻은 셈이다.

그래도 간간히 오고 가는 풍경에 빠져 잠시 넋을 잃곤 하는 것이 행복이다.

서부간선도로옆의 제방은 지난 주엔 온통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었고, 이번 주엔 도로 가장자리

에 황금잎들이깔려 어두운 길을 환하게 밝혀준다. 4차선 도로였다가 8차선 도로였다가, 이리저리

꺾어들면 똑같지 않은 잎들이 눈을 끈다. 매화나뭇잎도 물들고, 벚잎도, 느티나무잎도, 그리고 잎

넓은 플라타너스까지 드디어 날리기 시작했다. 노랗게, 붉게, 주황빛,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따라 내 마음도 물들었다가는 사라지고....

안양천길의 단풍 또한 일품이다.

봄이면 맨 먼저 반겨주던 산수유잎이 물들고, 온갖 나무들이 봄과 여름을 꽃으로 장식하던 그 기

운으로 다시 한 번꽃을 피우듯 가장 아름답게 물들다, 드디어 떨어져서까지 마지막 빛으로 도로

한 귀퉁이를 밝히고.....도로를 달리면서 바라보는 이 산 저 산은 울긋불긋 마음을 적시기에 충분

하고....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이슬은 드넓은 갯골을 끝없는 수정의 성처럼 반짝이기도 하고, 모새달이나

갈대에 앉은 이슬은 가슴을 아련하게 만든다. 들판의 일출은 안식과 평화와 희망을 준다.

아, 포구에 다다르면 찰랑대는 바닷물에 예쁜 어선들이 둥둥 떠 있기도 하고, 어느 날은 갯골을

이루며 배들이 푹 빠져, 반죽에 빠진 종이배 같기도 하다.

저녁 바다는 더욱 낭만적이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 신축현장의 먼지마저 아름다운 흔적으로 승화되어, 붉은 노을과 함께 하고...

월요일에는 소래포구의 상가에 들렀다.

퇴근길에 김장에 쓸 젓갈을 사러 갔는데, 갈매기들이 어찌나 극성스럽게 날아다니던지....

사람들은 포구에서 생활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새우젓 파는 아주머니, 생새우 파는 아주머

니, 그리고 싱싱한생선들을 펼쳐놓은 노점상들.....그리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것저것 사는 사

람들, 비릿한 포구 냄새가 좋아서더욱 신이 난 사람들....

싱싱한 꽃게도 사고, 생선도 사다 보니, 팔이 떨어질 지경이었지만, 겨울 양식을 위하여, 그리고

가족들을 위하여

먹거리를 준비하는 손길, 발길이 분주했던.....

이 세상이라는 톱니바퀴는 절대로 저절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리 맞물리고 저리 맞물려야 아귀가 맞고......

푹 빠지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가을은 이미 깊을대로 깊어, 떠나려고 하고 있다.

이번 주말엔 아직 덜 떨어진 숲으로 향하고만 싶다는.....!!

유리를 통해서 밖에 찍을 수 없었던 안타까움!!


나도 너처럼 철훨 날고 싶다.



사람들이 즐기는 포구의 저녁



새로운 준비를 위해 기다리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