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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가을 바람 솔솔~

가을 바람이 솔솔, 그야말로 솔솔 분다.

아이들과 하루종일 전투를 치루었다.

뭔 만들기 작업을 하다 보면, 교실은 난장판이다.

이럴 때라도 떠들어야지...........하다가도

옆반에서 얼마나 괴로울 지 생각하면서 종종 제재를 가하다 보면 목은 아프고....

그 와중에 자유롭게 해주면 꼭 싸우는 녀석들이 생긴다.

전학 온 녀석이 우리 반 왈패에게 자주 맞는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어제 받았는데

그걸 지도하기도 전에 또 그 녀석이 그 녀석을 때렸다.

때린 녀석은 죄의식이 별로 없다. 나와서 때렸냐고 물었더니 다짜고짜, 네~ 때린 이유는!~

하고 당당히 때린 이유를 조목조목 대면서, 자기 딴에는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얼마나 열이 나던지!

다른 사람을 함부로 때릴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고 그렇게 강조하건만, 이미 습관이

되어 버린 녀석은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단다. 반성문을 쓰게 하고, 잘못을 인식시키

니 수긍은 하는데, 손가락까지 걸면서 다신 안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며칠이나

갈 지..

보내고 나니, 맞은 녀석 부모에게서 또 전화가 온다. 자기 자식이 맞았다면 기분 좋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싶어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

또 맞았다고 흥분~~또 흥분~~~완전 일방적으로 맞은 것도 아니고, 시작이야 상대방이

했지만 그 녀석 역시 치고 받고 한 것을....

그 아이도 만만치 않은 악동이고 문제점이 많은 아이인데 말이다.

전학 온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교과서 안 챙겨 온 날이 챙겨온 날 보다 더 많을 것이다.

모둠 활동에도 비협조적이고 이기적이어서 아마 그 왈패녀석이 때론 정의감이 있어 더

일이 커질 때도 있는 것을....

대뜸 때린 녀석 부모님 전화번호를 알려달란다. 내가 신경써서 타일렀으니 좀더 기다려

보시라고 해도 막무가내~ 내가 뭔 죄인인가? 츠암나....암튼 애들 일이니 무슨 상처가

난 것도 아니고, 남자애들 끼리 서로 부딪히고 하는 거 아니냐고 추이를 보시라고 권고

를 해 드렸다. 아빠 엄마 번갈아가며 흥분해서 완전 무슨 폭력 사건 처럼 확대해서 말을

하니 기가 막힌다. 자기 자녀가 교과서도 잘 안 가져오고, 숙제 한 번 제대로 안 해 온 것

은 아는지 모르는지....오늘 알림장을 적어보냈건만, 그 얘기는 일언반구도 없고...

때린 부모는 시간 될 때 모셔서 상담을 하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전화를 드렸다.

그랬더니, 그 어머닌, 은근히 자기 자식을 비호하는 분위기.....어찌나 꼭지가 돌던지...! 내가

누구인가? 그 쪽이 언성을 높이지만, 나도 단호하게 잘못을 짚고 들어간다. 상황을 다 설명하

고, 그 아이에게 원성이 자자함을 조목조목 설명하니 조금 기가 꺾인다. 그래도, 자기애를 무

조건 야단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주변에서 원성이 자자하고 짝이나 모둠이

되면 다들 싫어하는데도 자기 자식만 소중한 듯 말을 하니...아무튼 나중엔좀 수긍이 가는 듯

한데, 내가 보기엔, 부모의 태도가 아이에게도 미치는 듯....암튼 자기 애와 얘기를 해 보겠단다.

단단히 약속을 했지만, 가정과 학교가 서로 잘 협조하자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는데, 마음은 착

잡했다.

아무튼 양쪽 부모들을 정상적인 방향으로 설득하고 나니, 진이 빠진다. 내가 보기엔 그렇

게 습관적으로 맞은 것도 아니고, 뭔 상처가 난 것도 아닌데, 너무 오버하는 부모님들...

또 자기 자식 옹호하려고 남에게 피해를 줬는데도 무조건 따지듯이 말 하는 부모님들...

암튼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이 상황에 비하면, 며칠 전에 역시 우리반 1호에게 책으로 얼굴을 맞은 아이 부모님은 정말

존경스럽다. 얼굴에 흉이 질 정도는 아니지만 긁혀서 시커멓게 너무 보기 싫게 상처가 생긴

것이다. 그 녀석 역시 특별심리치료를 받던 아이인데, 가정형편이 안 좋아 치료를 중단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상담을 하고, 좀 나아지긴 했지만 우리 반에서 가장 심하게 문제를 일으킨다.

상처난 아이도 장난은 심하지만 매우 부지런하고 의리파인데, 상처가 나서 걱정을 했는데

내가 바쁜 바람에 부모님께 전화를 못 드렸다. 며칠이 지난 어제야 전화를 드렸더니, 속은

상하지만 어쩌겠냐고, 흉은 안 질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자기 자식이 장난이 심한 것 같아

걱정이라고, 내게 오히려 죄송하다면서 힘드시겠다고위로를 하시는 것이었다. 그 한 마디

에 어찌나 힘이 나던지! 좀 별난 부모들도 있지만, 아직은 우리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을 한

다.

솔솔 부는 가을 바람이 아니면, 머리에 구멍이라도 날 것 같은~~

가만히 앉아 있으니 가을 저녁 햇살이 따사롭다. 바람에 실려~~~

그래도 저 녀석들이 나중에는 다 제몫을 하면서 살리라 하는 생각으로 돌아오니,

가을 바람이 더욱 다행스럽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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