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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폭염 속으로 바람 되어 떠난 그....

폭염 속으로 그를 보냈다.

아직은 산화되기엔 너무 아까운 서른 둘, 그 녀석은 햇살 속으로 뜨거운 바람이 되어 떠났다.

며칠 전 새벽에 느닷없이 날아든 소식에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인생은 온 순서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고,

며칠 전부터 주고받던 말들이 실감이 나고....

'누나, 고마워요.'

그 웃음 마저 수줍어 하던 그 녀석,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어려워하기도 하던 그 녀석.

사촌 동생 여럿 중에서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미혼의 남자녀석이 순식간에 세상을 버렸다. 결혼식에

나 만나야했던 그 녀석이 병원 영안실에서 사진 속으로만 빙긋이웃고 있는 모습이라니! 억장이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제 엄마처럼 그렇게 교통사고로 즉사를 하다니, 정말 야속할 뿐이다. 그것도 제

엄마의 제사 이틑날 말이다. 같은 일을 두고, 외갓쪽에선 지 에미가편한 세상으로 데려갔다고 말하고,

친가 쪽에선 좋은 데 못갔는지, 왜 제 새끼까지 데려가냐고 하고....

외로운 사람은 더욱 외로워야 하는지...

남매를 위해 혼자 살던 작은 아버지의 초췌한 모습이, 그 녀석의 사진과 비교되어 더욱 서러운 일....

친누이의 그 절규하는 울음을 뒤로 하고, 그 녀석은 그렇게, 회사장으로 치뤄진 회사 사람들의 무리와

아무 때나 달려오라면 달려왔던 정정한 친구녀석들의 눈물과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폭염 속으로 그

렇게 먼지가 되어 떠났다. 내년 봄 결혼 하려던 여자친구의 오열을 한으로 남긴 채.....

죽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착하고 의리가 넘치는 동생이었기에,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이 더욱 큰

것 같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며칠이었다.

훌근했다가 퇴근하고 바로 병원으로 출근하기 이틀, 그리고 어제는 마침 쉬는 토요일이라, 화장터로

납골당으로, 그리고 원혼을 달래기 위한 절까지 그 녀석을 배웅하고 왔다. 다른 일정이 있었지만, 취소

하고, 그 녀석을 그렇게라도 보아야 할 것만 같아서.....

온통 피로 물든 그 옷 마저 마치 떠나기 싫어하는 그 녀석처럼 잘 타지를 않아, 보는 이들을 더욱 눈물

게 만들고....거부하는 그 몸짓처럼, 폭염은 더욱 뜨겁게 오후 3시의 대지를 달구고...

이젠 타는 듯한 햇볕을 보면 그 녀석이 생각날 것 같다. 그 불꽃도 함께......

부디, 살던 동네의 그 산 속에서, 아버지와 누나, 그리고 쌍둥이 조카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편안히 쉬

기를 바랄 뿐이다. 오래오래 그리워하던 엄마와도 만나서.........

천재적인 가수 마이클잭슨도 떠나고....

얼마 전 선배 시인의 부인이 역시 아까운 연세에 세상을 떠나시고, 또 후배시인의 어머니는 호상으로 세상을

버리시고, 뜨거운 6월은 세상 떠나기에 좋은 것인지......그 어떤 소식 보다, 한창인 동생의 아까운 죽음이 너

무 애처롭다.

아까운 영혼들이 산화되는 소식에 더욱 가슴이 아픈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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