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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비가 슬프게 느껴질 때

비가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초록잎에 여문 물방울의 청초함도, 빗소리도,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까지 슬픔으로 다가온다.

센티멘탈리즘에 빠질 때가 이렇게 가끔 있다.

출근을 하면서도 자꾸 눈물만 나려하고, 그 기분이 하루 종일 계속되고 있다.

대신, 아이들에겐 오히려 인심을 썼다.

칭찬도 더 많이 해주고, 대신 살아가는 이야기도 좀 해주었다.

그런데도 비 오는 날의 녀석들은 날궂이를 하느라 점심 때

나가놀지 못하고 몸살을 하다보니 모둠활동을 하면서도 싸움에 두 팀이나 일어나고.....

이런 날일 수록 마음을 다잡아야 해서 일부러 조심을 하느라, 더 다정하게 타일러본다.

잔뜩 눈에 독기가 서려 있던 두 녀석의 눈에서 점차 독기가 빠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하고 내

앞에서 한 곳을 바라보는 또 기특한 녀석들..........

오후에는 후배들에게 피자를 쏘았다.

아주 맛있고 비싼 것으로....

서양빈대떡을 쏘았다.

다들 맛있게 먹고 수다를 떨었지만,

마음 속은 그저 싸늘한 빗줄기로 가득찬다.

비 오니 마음이 쓸쓸하다고 술 한 잔 하자는 친구의 이끔도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마음은 이미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다. 모레 시험 볼 것이 있어 약속은 금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행동은 했지

만, 책으로 눈이 가지 않고, 일도 사실 손에 잘 안 잡힌다.

지금도 퇴근 시간은 훨씬 지나 몇몇 빼고는 다 퇴근들을 했겠지만,

올해 처음으로 음악을 듣는데 그 음악들이 가슴을 자꾸 헤집어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이유없는 센티멘탈리즘속으로 빠져들고만 있다.

비오는 바다라도 한 번 눈에 넣고 가야 마음이 좀 풀릴까?

그냥 전화해서 친구 만나자고 할까 그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

술 몇 잔이라도 요즘 부족한 잠에 뻗을 것은 뻔한 일,

참자, 참자......

형편이 안될 때 항상 더 그리운 것이 있는 법이다.

미리미리 공부할 걸, 그래봤자.

이젠 아무리 책을 봐도 머리에 남는 게 별로 없어짐을 느끼니,

일단 끝나야 마음이 놓이겠지만....

털고 일어나자.

잠시 바다만 먼 눈으로 보고,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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