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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남해안 동부

거제 능포항에서

글쎄....

아무 계획 없이 발길 닿는대로 여행하는 맛을 알 것 같았다고나 할까?

무작정 가 닿은 능포항에서 만난 것들이 불로소득처럼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었다.

우선 실하게 여물어가는 야자나무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 조립식 건물 곁에 살지만, 역시 바다를 향한 그 마음이 느껴진다.

바다를 향해 넓은 잎을 벌린 듯한 그 모습에, 남국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약간 흔들린 것이 더욱 환상적이다.

저 아저씨도 망연히 바다만 바라보고 서 있듯이 나도 망연히 바다와 야자나무를 바라보고 서 있다.

그 근처 텃밭 울타리에는 완두콩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보랏빛 완두콩꽃, 아이보리색 완두콩꽃......






유채꽃....


이것이 마가레트인가? 지난 번에 보았던 제충국인가?

하얀 빛이 무척 상큼하고 예쁘다.







또다른 야자나무, 여물지는 않았지만, 항구의 느낌을 살려주는 길.






처음 들어본 능포항.

사실 버스 종점이라 해금강에 가까운 '바람의 언덕'이라는 곳으로 간다고 탄 버스가 닿은 종점이 능포였다.

능포라. 어원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배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꽤 제 역할을 하는 포구일 것 같기도 하고...











이 바다는 참 특이하다.

방파제를 양쪽으로 쌓아서 왼쪽은 빨간 등대, 오른 쪽은 하얀 등대를 세웠다.



어민들의 살아갈 모습이 살며시 엿보이고...















빨간 등대, 하얀 등대.....

참 사이좋게 보인다.





갈개기를 포착하려다 이 정도로 만족...










먹이를 탐하는 갈매기 한 마리가, 이 주변을 몇 바퀴나 맴돌던지....





초파일이 하루 지난 뒤지만, 등은 선명하게 달려 있다.




작은 가지에도 연둣빛 은행잎은 돋고.....


'낯선 곳에서 하룻밤'이란 말도 실감이 난다.

그저 버스 따라 간 길에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저 바쁘게만 달려온 길......

이 날만 해도 그랬다.

애초에 별 준비없이 장승포에만 가면 외도와 해금강행 배를 탈 수 있으리란 착각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지...

인산인해를 이룬 여객터미날에 표는 하나도 없고.....

못 가도 미련은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망정이지 한 번도 못 가보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면 너무 허탈했을 것이다.

하나를 잃으면 또 하나는 얻을 수 있다더니, 거제 능포에서 마음을 여유,

삶의 이치 하나를 깨닫았으니, 이 아니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