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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내 곁,나를 조사하지 마라/정영우/謹弔

이 밤에 펑펑 울고 있다.

최근 블로그에 이런 시를 남겨놓고 그는 떠나버렸다.

빈 방으로 살더니,

결국 빈 방만 남기고

영원히 떠나버렸다....

문우 정영우시인의 명복을 빈다.

같이양주 마시던 일, 바에 갔던 일,

단골 후배 집에서 노래 들려주던 일,

떼거지로 봉평 문학기행 갔던 일...

느글거리며 집적댄다고 황당해했던 일...

그런 끈끈함은 있었지만,

좋은 문우로 속 깊은 이야기도 가끔 하고...

특별히 살고 있는가정 이야기도 하던

그는 참 외로운 남자요. 시인이었다.

최근 몇 년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교류를

너무 못 하고 산 것이 너무 후회스럽다.

이제 52세 되는데....

아, 어찌 그리 허망하게 갔단 말인가?

너무 충격적이다.

내 곁

때글때글한 바람 불고 눈발 날리는데

사방에서 날아온 망울들이 터진다

툭툭

부리를 드러내는데 아, 다들 꽃이었구나

색색의 화피들

저 낯선 몸뚱이들 옹알댄다

가까이 귀를 대보니 아주 냉정한 카운트소리

너의 망각 하나, 둘, 셋

아, 나의 망실 하나, 둘, 셋, 넷

날 떠난 이름들 하나씩 호명되고

난처한 듯 표정들이 나타난다

꽃몸이 스크린이 되고 서서히 떠오르는 기억들

내가 나빴지 내가 떠났었지

이제 울음을 그쳐라

편안해져라

그 원망의 이름들이 이 겨울에

다 꽃으로 나타나지 않았냐

나를 조사하지 마라

너, 너, 너

내가 色鏡에 가둔 너, 너, 너

철강빛파랑色, 허깨비백色, 중제비꽃빨강色, 나신으로

매일 죽어주는 너, 너, 너

조사하지 마라 나를, 너희는

다만 나의 예속

나는 자유다

어찌 죽음을 앞에 두고 지인들에게 연락도 안하고 떠나버리는지,

이미 발인도 끝나고 들은 황망하고 슬픈 소식, 어느 강물을 헤매고 있을까?

정말 바보같다.

어찌 그리 쉽게 목숨줄을 놓아버린단 말인가?

재작년, 작년부터 전해지던 우울의 그림자가 늘 불안하더니...

아, 내가 조금의 위로라도 될 수 있었는데...

그래도 내게 깊은 속을 가끔 털어놓지 않았던가...

결국 나는 마음 속으로,

그의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외면하고 살았다.

결국 내게 전화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떠나버렸다.

올해부터는 부담갖지 말고, 연락이라도 하고 살자고 마음 먹었는데,

블로그에서 그냥 증발해버렸다.

바보같이

김현식 노래 무쟈게 좋아하더니, 그 노래 남기고 그를 따라 떠나버렸다.

정영우 시인이시여!

부디 다음 세상에서는 아프지 말고,

그 지독한 외로움에서도 벗어나서

훨훨 마음껏 날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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