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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바쁜 한 주, 라식 수술

바쁜 한 주를 보냈다.

갑자기 호출된 출장으로 3일을 눈 아프게 보냈다. 덕분에 정보도 많이 얻었고,

몇몇 사람들에 대해서도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작은 인연도 참 소중한 것이다.

그냥 스쳐가면서 알 때는 잘 몰랐던 속 깊은 내용들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정이 쌓이고....

어제는 그 와중에 딸이 라식 수술을 하였다.

대학 들어갈 때부터 내가 권했으나 겁이 많은 큰 딸은 겁나서 못하겠다고 콘택트

렌즈를 하거나 안경을 끼고 있었으나, 갑자기 라식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어학연수

준비를 하고 있어서 회복 시간이 짧은데 혹시 후유증이 있으면 어쩌냐고, 관리하기

힘들 테니 나중에 하는 게 어떠냐는 내 의견에 걱정 말라면서 마음먹었을 때 하겠다

고 우겼다.

강남에 있는 유명한 곳인데, 수술도 잘 하고 아주 친절하다며, 카페 회원들에게는

후기를 쓰는 조건으로 할인도 해 준다고 하겠다고 난리였다. 출국이 한 달 밖에 안

남았는데 나는 걱정이지만, 주변에 다 괜찮다고들 한다고 해서, 나는 좀 내키지 않

았지만, 어제 드디어 수술을 했다.

아빠와 같이 가기로 했는데, 검사 받고 오후 늦게나 하게 된다고 혼자 간다고 하는

데 나는 안심이 안 되어 걱정이 앞섰다. 오후 4시에 수술을 한다면서, 남은 시간은

그 근처에서 서점에도 들르고 볼일도 보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나는 출장 중이

라 일이 빨리 끝날 것 같지가 않아서퇴원할 때는 아빠와 꼭 같이 오라고 신신당부

를 했다. 그래도 얼마나 중요한 수술인데, 혼자 오면 안된다고...

3시 반쯤 준비가 잘 되나 하고 전화를 했더니, 아빠와 여러 번 통화를 했지만 아빠

보고 오지 말랬다고 한다. 화가 나고 마음이 급해졌다. 딸에게는 겁 없이 그랬냐고

수술이란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그렇게 간단한 줄 아냐고! 엄마가 갈 테니까 끝났

다고 혼자 절대로 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마침 마지막 날이라 일도 마무리가

거의 다 되었기에 다른 분들께 마무리를 부탁하고 부랴부랴 출발을 했다.

남편과 통화를 했더니 안 와도 된다고 해서 안갔다고.....

"이궁, 오지 말랜다고 안 가냐고, 어쩜 아빠가 그래요! 내가 지금 가고 있는데, 차가

밀려 늦을 것 같은데...."

그러면 자기가 가겠단다. 벌써 출발했으니 내가 가겠다고 했다. 차는 어찌나 밀리는

지...네비게이션을 찍으니 4시 30분 쯤 예상시간이 나왔다. 그 시간에는 어림도 없겠

지만, 수술하고 회복 좀 하고 나면 웬만큼 시간이 될 것 같아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시흥시에서 양재역까지는 네비게이션대로 안 움직이고, 좀 돌더라도 막히지 않는 길

로 잘 가서 4시 40분 쯤 닿을 수 있었다. 혹시 다 끝나고 기다리나 싶어 전화했더니,

아직 수술도 안했단다. 옷 입고 곧 할 예정이라고 해서 양재역이라고 강남역까지 금방

닿을 거라고 안심을 시켰다. 수술할 때는 옆에 있어주고 싶었지만 뭐 어쩌랴?

그런데 거기서부터가 문제였다. 강남대로가 어찌 막히는지.....

강남역에도 오랜만에 갔지만, 그 병원의 위치도 네비에 잘 안 나와서 교보문고를 찾아

가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차가 움직여야 말이지....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았지만,

바로 뒷골목으로 가서 노상공영주차장에 대고 나니 벌써 6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올라가서 찾으니, 회복실에서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10분이면 끝난다고 그

렇게 쉽게 생각하더니,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 하니까, 동공의 크기가 적당해야 하는

데 잘 맞지 않아 1시간 기다렸고, 수술도 다른 사람보다 오래 걸렸다고 한다. 눈을 감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모습이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나도 눈물이 났다. 하나도 안 아

플 줄 알았더니, 눈이 시리고 아프단다. 눈물을 흘린 건 물론 안약을 넣어서 그런 거라

고 하지만,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좀더 기다려서 의사선생님께서 경과를 보시더니, 생각보다 수술이 오래 걸렸는데, 왼쪽

눈 때문에 오늘 좀 아플 거라고 하셨다. 딸은 정신이 별로 없는 듯이 보였다. 이런저런

주의사항과 상태를 듣고 나니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 그 정도 쉬었으면 좀 괜찮을텐데

조금 심한 편이긴 하지만 수술은 잘 되었고, 그날은 아프지만 다음날이면 아주 좋아질

거라고 하셨다.

밖으로 나오면서 빛을 보니 눈이 시리고 번짐 현상이 생긴다고 했다. 점심을 먹긴 했는

데, 배도 고프고 힘도 없다고 해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퇴근 시간이라 차가 무척

막힐 것이므로....무얼 먹을까 하다가, 주변에 베니건스가 보여서 거기로 들어갔다. 마

침 금방 자리가 있어서 스파게티와 샌드위치를 시키고, 나는 스테이크를 시켜서 먹었

지만 그 날따라 잘 넘어가질 않았다. 스파게티만 다 먹고 나머지는 포장을 해서 집으로

향했다.먹기 전에 집 식구들과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남편은 괜히 미안하면서, 퉁명

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왜 이리 전화를 늦게 했냐고....좀 전에 끝났는데 왜 성질이냐고?

딸은 먹을 때도 힘들어 하더니, 차를 타자말자 아프다고 하더니 정신을 놓고 잠을 잤다.

'어휴,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어? 너무 잘 왔다' 는 생각을 했다. 차는 또 어찌나 밀리는지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1시간 40분이나 걸려서 집에 도착했다. 딸은 오자말자 식구들

에게 인사만 하고는 또 잠에 빠져들었다. 밥을 먹여 오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딸에게

"졸지에 아빠를 나쁜 사람 만들어 놓고......!"

라며 원망을 했다.

"아빠는...!! 괜찮을 줄 알았지. 택시비도 준다고 하고, 혼자 하러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해

서...."

나도 오랜 시간 운전을 해서 무척 피곤해서 바로 잠이 들었다가 11시쯤 깨어서 텔레비전

을 보고 있으니, 12시쯤 깨어난 딸이,

"엄마! 시계가 바로 보여! 어쩜 이렇게 잘 보여!"

하고 소리를 지르며 거실로 나왔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이라고 했다. 텔레비전의 자

막도 너무 잘 보인다며, 이젠 안 아프다고 했다. 정말 신기했다.아직 눈이 좀 시리긴 한데

잘 보인다고 너무 좋아하는 걸 보니 안심이 되었다.

오늘은 아침 일찍 병원에 들렀다. 며칠은 조심해야 한다는 내 주장에 딸은 의의를 달지 않

고, 두말 없이 같이 가는 걸 동의했다. 전날 자기도 무척 놀랐나 보다. 가는 길은 조금 막혀

1시간 정도 걸렸지만, 돌아올 때는30분도 안 걸려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어제는 딸이 정신이 없으니까 자세히는 설명을 안했는데 콘텍트렌즈를 오래

껴서 왼쪽 눈에 피가 많이 났기 때문에 오래 걸렸다고 하셨다. 딸은 그 동안 공부한 지식과

는 다르게 많이 아픈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제야 이해가 된다고 했다. 금방 검사와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아주 가벼웠다.

어떤 수술이건 아무리 간단하다고 해도 사람마다 경과가 다르고, 0.01%의 가능성을 생각

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게 되었다. 조심해서 경과가 아주 좋기를 바란다. 출국하

기 전에 회복이 잘 될 거라고 의사선생님과 미리 상의도 했고 수술도 잘 되었으니, 별 걱정

안 해도 되겠지? 그래도 일말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그 안과는 정말 친절했다. 시설도 깨끗하고, 모든 사람이 어찌나 친절한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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