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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해안 북부

꽃지해수욕장, 투명한 물빛에 내마음을 비추고/안면도 여행기 2

두번 째로 들른 곳은 바로 꽃지해수욕장이다.

우리가 묵을 펜션을 지나쳐 이름도 예쁜 '꽃지해수욕장'으로 들어선다.



솟대 뒤로 두 섬이 아련하게 보인다.

화보에 많이 등장하던 바로 그 모습이다.



맨 먼저 맞아주는 것이 바로 솟대.

비록 나무로 만든 솟대는 아니지만, 유유히 사방으로 고개를 돌리며 유유

자적한 쇠로 만든 새들....그들의 눈엔 먼 바다도 산도 어지럽게 보일까?

바람이 바다에서 불어와서인지, 머리를 주로 육지쪽으로 둔 것이 좀 재미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면서 바라보는 두 섬. 할미

섬, 할아비섬이라나?

안면읍 승언리 소재지에서 서남쪽으로 약 4km 떨어진 승언리 4구 꽃지 해변이

위치한 이 해수욕장은 해안선의 길이가 삼봉해수욕장 다음 가는 약 5km에 달한

다. 안면도 해변의 모래는 전부 유리 원료인 규사인데 이곳 꽃지해수욕장 역시

규사로 되어있어 바다와 산이 온통 광물자원이다.

간만의 차가 심하나 완만한 경사 때문에 수영하기에 안전하고 물이 맑고 수온이

알맞아 늦은 여름까지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옆에는 방포 포구가

있어 싱싱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으며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는 이 해수욕장의

수문장인 듯 슬픈 전설을 간직한 채 꽃지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서있다.

할미바위 전설 : 약1,100년전 신라42대 흥덕왕 4년(838년), 해상왕 장보고가 지금

의 전남 완도인 청해진을 기점으로 하여 북으로는장산곶, 중앙부로는 견승포(지금

의 안면도방포)를 기지로 삼고 주둔하였을 때 당시 기지 사령관으로 승언라는 이가

있었는데 그와그의 부인은 금슬이 매우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출정명령을 받고 떠

난 승언이 끝내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으로 그를 기다리다 죽어

서 바위가 되는데 이 바위가 할미바위이다. 그 뒤 또 하나의 바위가 생겨 할애비바위

라고 불린다고 한다.

맑은 바닷물, 부드럽고 깨끗한 모래와 더불어 이 두 바위가 있어, 꽃지해수욕장을 찾

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사진 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곳의 낙조야 말로

얼마나 유명한지! 이번에는 저녁 무렵인데도 불구하고, 날이 흐려서 그 낙조를 보지 못

한 것이 무척 아쉽다.

그러나, 안면도는 길쭉한 반도여서, 이렇게 맑은 바닷물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추억이 떠오른다.아이들 어릴 때 여기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었다.

그 때는 지금처럼 개발이 되지 않아 그야말로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때 보았던, 그 눈물나도록 아름답던 낙조, 그 물빛이 떠오른다. 아이들도

어찌나 좋아하던지...

제방도 낮아서 그 제방에 텐트를 쳤는데, 파도소리가 어찌나 센지, 잠을 잘

못 잔 기억이 난다. 세찬 바람이 불어 방송이 나와서 그 텐트를 철거하느라

새벽에는 또는 난리를 피웠던 기억이 새롭다.

동해바다 파도소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던 대낮의 파도소리가

밤에는 어찌나 거센지...상대성의 원리라는 것이 실감이 나기도 했었다.

이 해수욕장은 물이 정말 맑다. 속이 훤히 보이고, 맨발로 발을 담그고 싶을

정도로 동해안 같은 해변이다. 해변의 길이도 무척 길기 때문에, 지금은 개

발을 많이 해서, 주변이 온통 숙박시설들이고, 젊은 사람들로 붐볐다. 더운

날이라 얕은 물에서 즐겁게 노는 대학생인 듯한 팀을 보니 덩달아 마음이 즐

거워졌다. 동심으로 돌아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사진을 찍고....

바닷가에 새겨진 노래비다.

안면도 꽃지사랑....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랑들이 이 곳에서 무르익었을까?

안면도 하면 바로 꽃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사랑은 우리들의 영원한 화두이다.

젊어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사랑을 가꾸어 간다.

같은 해변, 같은 바다를 보아도 생각이 새록새록 새로워지는 사람들,

아름다운 자연이 있기에, 아름다운 생각이 퐁퐁 샘솟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다를 바라보는 저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스쳐가고 있을까?



몇 년 전, 겨울에 찾았을 때는 공사가 한창이어서 영 기분이 안 좋았는데, 이번에

나름대로 정비가 된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래오래 아름다운 자연을 잘 간직하고 있으면 좋겠다.

꽃지해수욕장, 그 투명한 물빛에 내 마음을 비추고 왔으니, 한동안 영혼이 깨끗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