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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복어 독의 패러독스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2008년 04월 18일(금)

복어 독의 패러독스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2008년 04월 18일(금)

사타 라운지 중국 북송 때의 시인 소동파는 “도화의 봉우리가 터지고 갈대가 싹

틀 때 하돈이 하류에서 올라온다”고 읊었다. 복숭아꽃이 피고 갈대가 싹을 틔우

는 시기는 딱 이맘때쯤이다. 그럼 하류에서 올라온다는 하돈은 과연 무엇을 가리

키는 것일까.

소동파가 말한 하돈(河豚)이란 하천에 사는 돼지를 의미하는 말로서, 다름 아닌

황복을 일컫는다. 복어를 돼지에 비유한 까닭은 배가 볼록하여 돼지처럼 보였

다는 설도 있고, 중국에서는 돼지가 제일 맛있는 요리이므로 맛있기로 유명한

복어에 돼지 돈 자를 붙였다는 설도 있다.

▲ 지금 잡히는 자연산 황복은 독성이 가장 강할 때다

황복은 바다에서 성어가 되

어 봄이 되면 강으로 거슬

러 올라오는 대표적인 회

귀성 어종이다. 우리나라

에서 자연산 황복을 맛볼

수 있는 단 한 번의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옛날에는

금강ㆍ섬진강ㆍ낙동강 등

에서도 황복을 볼 수 있었

지만, 지금은 임진강에서

만 잡힌다.

복어하면 연상되는 것이 독

인데, 특히 산란할 때 가장

독성이 강하다. 따라서 지

금 잡히는 자연산 황복은

독성이 가장 강할 때다. 무

색ㆍ무취ㆍ무미인 복어 독

은 열에 대한 저항성도 강해

몇 시간을 끓여도 변화가 없을 정도다. 또한 맹독이라 0.5~2㎎만 섭취해도 사

망에 이르며, 경과도 매우 빨라 치사시간이 4~8시간에 불과하다.

때문에 전문 조리사가 없었던 옛날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도 복어를 먹다가 독

에 중독되어 사망했다는 기사를 가끔 접할 수 있다. 그만큼 복어 독은 인간에게

무서운 존재이다.

하지만 인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복어를 먹어왔다. 중국에서 약 2천200년 전

에 발간된 ‘산해경’이란 책에 복어의 기록이 남아 있는가 하면 석기시대의 패총

에서도 복어 뼈가 발견되곤 한다.

다른 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서 복어는 맹독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독이 복어를 즐기는 미식가들의 발걸음을 잡

아당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소동파는 복어를 먹으며 “사람이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까지 극찬하였을까.

독은 때론 약이 되고, 약은 때론 독이 된다. 이것이 바로 독과 약이 지닌 동전

의 양면성이다. 청산가리보다 13배나 강한 것으로 알려진 복어 독인 테트로

도톡신도 꽤 오래 전부터 진통 완화 및 암세포 파괴 등의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같은 복어라도 개체마다 독성의 함량이 다른 등의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질병 치료에는 실제 사용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복어로부터 얻어낸

테트로도톡신으로 말기 암환자의 통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 캐나다의 한 제

약회사에서는 최근에 임상3상 시험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인체에는 신경전달물질이 통과하는 나트륨 이온 채널이란 곳이 있다. 그런

데 복어 독을 섭취하게 되면 테트로도톡신이 거기를 막음으로써 신경전달

물질들이 이동하지 못하여 마비가 일어나게 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캐나다의 제약회사는 테트로도톡신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독을 효능 있

는 진통제로 개발하고 있다. 동물을 이용한 연구 결과에서는 테트로도톡

신이 모르핀의 약 3천배에 달하는 진통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내성이 생겨 그 어떤 진통제도 듣지 않는 말기 암환자의 진통제로서 아주

희망적이다. 더구나 복어 독은 습관성과 축적성이 없으므로 부작용도 적

은 편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복어 독으로서 암환자뿐만 아

니라 마약중독자의 금단 현상을 해소하는 실험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中毒)이란 단어는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해 생체가 기능 장

애를 일으키는 현상을 일컫는다. 복어 독에 중독되었다거나 연탄가스에

중독된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술이나 마약 등 몸에 해로운 물질을

지나치게 복용하여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도 중독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원래 중독이란 말 자체가 지닌 패러독스 속에 복어 독과 마

약 중독의 연관성이숨어 있는 것도 같다.

이성규 기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08.04.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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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란 말은 무섭지만, 좋은 곳에 중독되고 싶다.

사랑에 중독되고 싶고,

시에도 더욱 깊이 중독되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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