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배 고픈 야외 나들이
글쎄, 마음이 어찌나 산란한지....
뭔가 결정이 나기 까지는 이렇게 시간만 떼워야 하는 것인지....
7일 이후로 마음이 산란하여 블로그에도 들락거리기만 하고, 글 올릴 마음도 나지 않았다.
출장이니, 회식이니 바쁘기도 했지만, 마음을 못 정하고 있는 일이 있어 마음이 산란하다.
그런데, 계속 어찌나 피곤한지 집에 오면 쓰러져서 잠들기 바쁘고, 밤에는 잠이 깨어 가끔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빨리 매듭을 지어야지...
그 와중에도 남편의 모임에서 지난 주부터 얘기가 있던 터라,
국회의원선거일에는 나들이를 갔다.
벽제의 어느 농장에 갔다.
친목회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까지 대동한 남편의 모임 사람들은 신나게 먹고 떠들고...
아직 야외행사는 일러서 풀들이며 나무들이 앙상하긴 했어도,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목련이
곱게 피어 있고, 바위 틈에 핀 돌단풍 하얀 꽃이 앙증맞기도 했다.
가장 큰 소득이었다면 향긋한 냉이캐기였다.
조금씩 내리는 빗 속에서도, 방수 잠바를 걸치고 모자를 쓰고, 냉이를 캐고 쑥을 뜯었다.
그저께 한 끼를 끓여 먹고도, 아직 오늘 저녁에 한 끼 먹을 정도로 남아 있다.
바로 캔 냉이라 향이 어찌나 향긋하던지...
그러나, 그 외의 모든 상황들은, 고행이라고 해야할까?
야외에 나갔는데, 춥고 배고프고....
전날 하도 따뜻하여 나도 모르게 옷을 얇게 입고 간 것이 화근이었다.
바지도 처음으로 여름바지를 입었더니 엉덩이도 시리고, 윗옷도 얇아서 춥고...
아이들이 어린 집에서는 담요니, 잠바 등을 준비하여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마음 맞는 사람이 하나 있어서 수다를 떨며 시간은 떼울 수 있었지만,
마음은 더욱 산란해지고....
다 사람 사는 게 그러려니 하지만, 영양탕이며, 수육까지 먹는 것은 좋았으나, 못 먹는
사람들을 배려는 해 주어야하는데, 어찌어찌하여 오리탕이란 것을 조금 맛을 보았으나
영~~질기고 맛도 나질 않고....밑반찬도 그렇게 없는 집은 처음 보았다.
비 오기 전에 야외 버너에서 구운 삼겹살을 몇 점 집어 먹었으나, 웬지 입에 맞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 속에서 받아 주질 않았다. 내가 요즘 몸이 좀 안 좋은 탓인가?
암튼 후배들 와이프들은 맛있게 잘 먹는데....암튼 고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색 않고 웃느라 어찌나 힘들었는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둘이 그랬으니 다행이지....
남편과 동갑이면서 절친한 친구 부인과 둘이서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의 아니게 며느리를 본 집이라, 그 얘기 듣느라 그래도 시간이 잘 간 셈이다.
아기가 벌써 백일이 지났으니....
제일 신난 사람들은 남자들과 아이들이었다.
여자 아이들은 모든 것이 다 소꼽놀이감이었다.
비를 맞으면서도 우산을 낮게 펴고 밭둑위에 앉아서 파릇파릇 돋은 쑥이며, 풀들로 소꼽놀이에
여념이 없고,
남자 아이들은 축구에 열을 올리고, 더러는 닌텐도 게임에 열중하기도 하고...
남자들은 족구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행사를 치루려면 준비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힘들기도 하겠지만, 속이 뒤집혔다.
휴~~내색도 못하고, 그걸로 저녁까지 먹겠다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억지로 그것만은 면하고 친구부부와 빠져 나와 맛있는 회무침과 아구탕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으니
추위가 풀리고.....수색에 있는 막회집인데, 막회무침과 과메기, 뽀얀 아구탕이 너무 맛있어서 연예인들도
많이 온다고 한다.
그 맛에 취한 남편들 술시중 드느라 밤늦게 돌아오니, 이중고....
그래도 남편은 분위기 잘 맞춰줬다며 기분이 무척 좋은 것 같았으니, 감내해야지.....
날씨가 좋았다면 좋았을 텐데....
암튼, 그래도 며칠 지나고 보니, 쑥 향기, 냉이 향기, 꽃향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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