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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무서운 춘곤증.....

멀쩡한 요일 다 놔두고 토요일 오후에 뭔 출장이람....

약속까지 취소하고 수원으로 향했다.

나처럼 불만이 있는 것은 모두 비슷했겠지만, 모두들 내색은 않는다.

나보다 더 멀리서 온 분들도 계셔서...

마음이 이쁜 누군가가 사온 미니김밥과 인절미, 그리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점심을 못 먹고 온 사람들을 위한 배려에 고개가 숙여

진다. 나 역시 동료와 김밥 몇 알과 딸기, 그리고 땅콩 몇 알로 점심을

떼우고 왔던 터라, 참기름 바른 미니 김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이번 주 내내 내가 읊조리면서 해온 말을 다시 되내였다.

어두울 때까지 계속되리라 여겼던 회의는 미리 준비들을 철저히 해

온 덕에 6시 쯤 마칠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가라는 말씀을 뒤로 하고

모두들 가족들이 기다린다며 집으로 향했다. 해가 길어져서 아직 밝아

서 어찌나 기쁘던지!

건물 사이 작은 화단에는 매화꽃도 피어 있고, 물레방아도 돌아가고..

뜰에는 목련꽃이 활짝 웃어 주었다.

어찌나 눈이 부신지!

진달래도 해맑게 웃어주고.....

그냥 올 수 없어서 사진 몇 장찍었다.

돌아오는 길에

건물 사이로 바라보이는 해 지는 모습까지 마음을 넉넉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졸음이 어찌나 쏟아지는지....

여기저기 꼬집어도 소용이 없었다.

백운호수를 지나면서는 그 근처에 사는 친구와 통화도 하고,

네비게이션은 쉼없이 안내를 해댔지만,

몽롱해지는 내 눈을 막지는 못했다.

약 먹은 닭이 그런 꼴일까?

토요일 저녁이라 차는 엄청나게 막히고....

들어선 길은 어디 차를 세울 수도 없고......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졸릴 수가 있다니...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쯤.

2시간을 그렇게 비몽사몽간을 헤맨 것이다.

더 움직일 힘도 없어서 차 문을 잠그고 잠을 잤다.

그렇게 2시간을 잤다.

집에 들어서자 말자큰딸이 내 얼굴을 보더니,

"엄마! 차에서 잤구나?"

"귀신이네. 나 졸려 죽는 줄 알았다."

"봐, 아빠, 엄마한테 전화 좀 해보자니까..."

"전화 해도 소용없었을 걸? "

"수원 출장이라 해서 거기서 늦을 줄 알았지.

그럼 어디로 빠져서 눈 좀 붙이고 올 것이지, 그렇게 운전을 하면 어떡해??

일찍 좀 주무셔....!!"

".........."

'하긴 새벽에 잠들긴 했지....자료 준비 하느라...'

쇼파에 앉았는데 또 졸리다.

티비를 좀 보다가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방에 와서 잤다.

허리는 왜 또 그렇게 아픈지.....!!

일 주일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린 것일까?

뭔 이상이 있는 걸까?

휴~~!!

정말 아찔한 날이었다.

춘곤증. 정말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