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국여행/동유럽(폴란드,체코,헝가리, 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

동유럽 5개국 여행 6 / 글루미 선데이와 함께

6

글루미 선데이와 함께

타트라 국립공원은 유네스코의 자연생태보존지구 지정되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 제주도도 2007년 이 자연생태보존지구로 지정된 것과 같다. 산악지대이고 내륙지방이라 바다는 볼 수 없지만 산과 함께 호수가 발달하였다. 그래서 휴가를 호수 주변에서 수영을 하면 보내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산 아래로 내려 갈수록 호텔 근처에서 조금 걷혔던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 전날처럼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끼어 또 아름다운 타트라의 반대편 모습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그나마 호텔 근처에서 산뜻한 풍경을 본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글루미 선데이’라는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오늘 일정이 부다페스트이기 때문에 영화에 나오는 배경 무대가 바로 부다페스트이므로, 우울하지만 아름다운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 슬픈 영화를 안개 속에서 보니 감동이 배가 되었고, 집중력 있게 볼 수 있었다. 안개 속에서도 주변의 오가는 풍경들은 또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호텔에서 1시간 쯤 내려 오다가 이 곳을 잘 아는 운전기사와 가이드의 권유에 따라 주변의 스키장이 있는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이 타트라 국립공원은 레포츠 시설이 아주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동유럽 여행에서는 화장실이 아주 중요한데 유료가 많기 때문에 기사의 안내에 따라 무료로 쓸 수 있는 곳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잠시 스키장에 들러 눈 구경도 하고 스키 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구경을 한 곳은 스키장의 위쪽이는데 리프트가 참 신기했다. 우리 나라 스키장처럼 앉아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고리처럼 된 것에 매달려서 올라오는 것이었다. 스키를 거꾸로 타는 셈이랄까? 빨강, 노랑, 하양 스키복을 입은 어른과 아이들이 강사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걷기 연습도 하고 가볍게 내려가는 연습도 하는 걸 보니 초보코스인 듯 했다. 아래쪽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아래쪽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을 시원하게 했다. 뒤쪽으로는 숙소들이 마치 그림처럼 서 있었고, 산꼭대기를 배경으로 그림 속 풍경을 연출했다. 숙소들은 주로 목조건물들로 인형의 집들처럼 하얀 눈산을 배경으로 머물고 싶게 만들었다. 화려한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 대형 광고판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쉬운 발길을 돌려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스키장 숙소

숙소들

스키 타러 가는 아이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스키장

2시간을 더 달려서 휴게소에 한 번 더 쉬었다. 그 곳은 헝가리였던 듯, 전날의 슬로바키아 건물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비슷비슷한 곳에서 국경을 서로 마주하고 있고, 지금은 국경을 마음대로 아무 절차없이 오갈 수 있지만,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면면히 이어져오는 그 특징들이 오래 지속이 되는 것이리라.

휴게소의 인형들

광고판

휴게소

차창밖엔 비 내리고

‘글루미 선데이’는 ‘우울한 일요일’ 이라는 뜻이지만 맛집으로 소문난 레스토랑이다. 역시 2차 대전을 배경으로 유태인 학살의 내용도 삽입이 되지만, 주된 스토리는 세 남녀의 처절한 사랑이야기다. 1부 다처제가 아닌, 1처 다부제를 다루었다고나 할까? 글루미선데이의 사장 부부, 남자는 인물은 별로 없지만 진실하고, 여자는 아주 아름다운 절세 미인, 오는 사람마다 그녀에게 반하기도 하지만,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 무명의 작곡가를 무대에 출연시킴으로 해서 그 식당은 더욱 알려지게 된다. 특히 그가 그녀의 생일날 그녀를 위해 작곡한 ‘글루미선데이’라는 곡이 대단한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 작곡가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도 그를 사랑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괴로워하던 그녀는 두 사람 모두를 떠나겠다고 말하자, 두 남자는 그녀를 함께 공유하기로 합의를 한다. 서로를 질투하면서도 끈끈한 공생의 관계를 유지하지만, 작곡가는 부부에게 거액의 저작권료를 남기고 죽게 되고, 부부는 그의 사랑을 소중이 여기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사장은 유태인이라 수용소 열차를 타게 되고, 그녀가 그 남편을 구하기 위해 독일 장교에게 하룻밤을 허락하지만, 교활한 그는 그녀와의 약속을 무참히 어기고 그를 죽음의 열차에서 구하지 않고 만다. 유복자를 낳은 그녀는 복수심에 칼을 가는 그녀는 80이 넘은 나이에 유명한 도시의 시장이 된 그 장교를 초대하고, 그에게 죽음을 선사함으로써 복수를 하게 된다.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것은 세상에는 비밀로 붙여져 그녀는 아들을 내세우고 철저하게 막 뒤에서 평생을 살아간다는 그 오랜 인고의 설정 또한 대단한 반전이다. ‘글루미선데이’를 들으면 자살을 많이 하게 되어 죽음의 곡이라는 악명을 얻기도 했다는 스토리에 빠져들어 너무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심취하였다. 꼭 한 남자를 사랑하는 것만이 지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가 있으므로 모계사회, 부계사회 그런 문화가 생기는 것일까? 아무튼 우울한 영화를 잘 안 보게 되는데 집중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때 좋아하던 글루미선데이 음악을 다시 들으며 한 가지 추억을 더 보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