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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동유럽(폴란드,체코,헝가리, 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

동유럽 5개국 여행 7 /다뉴브 강에 비치는 부다페스트


7

다뉴브 강에 비치는 부다페스트

점심 때 쯤 드디어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고풍스런 건물들, 유유히 흐르는 다뉴브강에 갖가지 배들이 정박해 있는 곳이었다. 지붕은 대체로 갈색이나 벽돌색 등 짙은 색인데 건물의 벽은 하얀색, 파스텔톤의 노랑색, 보라색, 핑크색 등 색깔이 다양했다. 점심은 오부다 지역에 있는 ‘아리랑식당’에서 한식을 먹었다. 식당 옆에는 도심 속 스케이트장이 성업을 하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와서 스케이트를 배우는 아이들, 지켜보는 엄마들, 평화스런 모습이 엿보였다. 헝가리의 교육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가 식사를 마친 것이 오후 2시였는데, 고등학생까지 거의 하교를 한다고 했다. 대신 방학은 없고,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 연휴로 연간 1개월 정도 쉰다고 한다.

도심 속 스케이트장

스케이트장 준비건물

식당 골목

식당주변의 건물들

부다페스트는 부다(Buda)와 페스트(Pest)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부다 지역은 왕궁의 언덕을 비롯한 언덕 지역으로 강가에 접해 있고, 페스트 지역은 시가지 지역이다.

헝가리는 7부족 연합으로 형성된 나라로, 두나강(도나우, 다뉴브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대평원을 이루며 헝가리인들인 마자르(Mazar)인들의 민속과 풍습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볼프강에서 두 번째로 긴 도나우강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알프스 북부 산지에서 발원하여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등 각 국의 수도와 영토를 지나 흑해로 흘러간다. 그리고 이 강은 헝가리 수도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부다와 페스트로 양분하면서 흐르고, 두 지역을 세체니다리, 엘리자베스다리, 자유의 다리 등을 통해서 오고 갈 수 있다.

부다 지역 강변에는 왕들이 머물렀던 왕궁과 왕의 대관식이 거행되었던 마차시교회, 외부의 적을 어부들이 단합하여 물리쳤다는 어부의 요새가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고급주택들이 숲 속에 머물러 있다. 페스트 지역 강변에는 영국 국회의사당 빅벤을 닮은 고딕 양식의 헝가리 국회의사당이 있다. 상업적이면서 서민적인 느낌을 풍기는 이 지역의 국회의사당은 더이상 왕이 아닌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헝가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형성된 공화국이고 1000년의 역사를 지녔으며 그 중 순수한 역사는 500년 정도 된다고 한다. GNP는 19000$ 정도로 동유럽 나라들 중에서는 다소 높은 편이라고 한다.

드디어 그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관광이 시작되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속에서 면면히 살아온 이미지가 너무 선명하여, 그 아름다움조차 비장미가 느껴짐을 어찌할 수가 없다.

다뉴브 강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東歐)의 첫겨울

가로수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 발의 소련제 탄환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

바숴진 네 두부(頭部)는 소스라쳐 삼십 보 상공으로 뛰었다.

두부를 잃은 목통에서는 피가

네 낯익은 거리의 포도를 적시며 흘렀다.

― 너는 열세 살이라고 그랬다.

네 죽음에서는 한 송이 꽃도

흰 깃의 한 마리 비둘기도 날지 않았다.

네 죽음을 보듬고 부다페스트의 밤은 목놓아 울 수도 없었다.

죽어서 한결 가비여운 네 영혼은

감시의 일만의 눈초리도 미칠 수 없는

다뉴브 강 푸른 물결 위에 와서

오히려 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소리 높이 울었다.

다뉴브 강은 맑고 잔잔한 흐름일까.

요한 시트라우스의 그대로의 선율일까,

음악에도 없고 세계 지도에도 이름이 없는

한강의 모래 사장의 말없는 모래알을 움켜쥐고

왜 열세 살 난 한국의 소녀는 영문도 모르고 죽어 갔을까?

죽어 갔을까, 악마는 등 뒤에서 웃고 있는데

한국의 열세 살은 잡히는 건 하나도 없는

두 손을 허공에 저으며 죽어 갔을까,

부다페스트의 소녀여, 네가 한 행동은

네 혼자 한 것 같지가 않다.

한강에서의 소녀의 죽음도

동포의 가슴에는 짙은 빛깔의 아픔으로 젖어든다.

기억의 분(憤)한 강물은 오늘도 내일도

동포의 눈시울에 흐를 것인가,

흐를 것인가, 영웅들은 쓰러지고 두 주일의 항쟁 끝에

너를 겨눈 같은 총부리 앞에

네 아저씨와 네 오빠가 무릎을 꾼 지금

인류의 양심에서 흐를 것인가,

마음 약한 베드로가 닭 울기 전 세 번이나 부인한 지금.

다뉴브 강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東歐)의 첫겨울

가로수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 발의 소련제 탄환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

부다페스트의 소녀여

내던진 네 죽음은

죽음에 떠는 동포의 치욕으로 역(逆)으로 싹튼 것일까,

싹은 비정(非情)의 수목들에서보다

치욕의 푸른 멍으로부터

자유를 찾는 네 뜨거운 핏속에서 움튼다.

싹은 또한 인간의 비굴 속에 생생한 이마아쥬로 움트며 위협하고,

한밤에 불면의 염염(炎炎)한 꽃을 피운다.

부다페스트의 소녀여.

- 김춘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1959)

맨 먼저 간 곳은 ‘어부의 요새(Halaszbastya)’와 ‘마차시 성당’이다.

‘어부의 요새’는 왕궁 언덕의 동쪽에 우뚝 서 있는 네오 로마네스크와 네오 고딕 양식이 절묘하게 혼재된 건물로, 1899년에서 1905년 사이에 지어졌다고 한다. 헝가리 애국정신의 한 상징으로 19세기 시민군이 왕궁을 지키고 있을 때 도나우강의 어부들이 강을 건너 기습하는 적을 막기 위해 이 요새를 방어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중세에는 어부들이 도나우강에서 왕궁 지구에 있는 어시장으로 가는 지름길로 사용되었으며, 동양적인 색깔이 짙은 고깔모자 모양을 한 일곱 개의 탑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건국 당시의 7부족을 상징한다. 탑들의 빛깔이 너무 고상하고 아름답다. 전체가 긴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얀 색의 화려한 성벽과 마차시 교회까지 뻗어있는 계단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높은 곳에 위치하여 아름다운 도나우강과 부다페스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여 그림처럼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헝가리 초대국왕

이슈트반의 동상

어부의요새

눈부신 마차시 성당

아, 다뉴브강!



한 눈에 보이는 부다페스트시가지

어부의 요새

어부의 요새

구시가지

부다왕궁이 있는 언덕에 우뚝 솟은 마차시 교회(Matyas Templom)는 13세기 벨라왕 4세에 의해 세워졌다. 이는 헝가리 고딕 양식 교회로 고대 건축양식의 상징이다. 15세기 마차시왕의 결혼식, 1867년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대관식이 리스트의〈대관식 미사〉의 장엄한 멜로디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거행했다. 성당 내부의 수많은 조각과 채색유리와 지하실 박물관의 헝가리 전성기의 문화 유적은 볼만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수리 중이어서 입장을 할 수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그러나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구시가지와 ‘어부의 요새’가 함께 어우러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을 장관을 연출하였다. 특히 언덕 위에 있어서 아름다운 요새와 강, 그리고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한 폭의 그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겔레르트 언덕이다. 겔레르트라는 이름은 이태리 선교사로서 이 언덕에서 순교한 한 사람의 이름이라고도 하며, 시타델 요새라고 불리기도 하고, 전설에 의하면 마녀의 소굴이었다고 한다. 1900년대 초만 해도 이 곳에는 술집과 매춘굴, 도박장이 가득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박물관,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 온천이 들어서 있는 유명한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도나우강을 낀 도시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언덕이다. 독립을 기념하는 여신상으로도 유명하다. 안개가 자욱하여 아름다운 풍광을 더 멀리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안개 속에 웅장한 세체니 다리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줄기차게 흐르는 도나우강과 그 건너편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이 가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될 만하다.

겔레르트 언덕 산책길

겔레르트에서 본 다뉴브강

버스정류장

전통문양인 칼로챠 자수

다음 코스는 그 유명한 도나우 유람선 탑승이다. 이름 모를 건물들, 호텔들이 도나우 강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있었다. 어디에 렌즈를 갖다 대어도 작품이 되는! 이름 모를 건물 하나하나가 도시의 일부, 강의 일부가 되어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다.

다뉴브강 유람선을 타고 본 풍경들

낮과는 반대로 도나우강에서 바라보는 왕궁의 언덕, 어부의 요새, 겔레스트 언덕이 올라갔을 때보다 더욱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세체니 다리(Szecheny lanchid)’ 일명 ‘사슬의 다리(Chain Bridge)’이다. 도나우강의 진주로 알려진 부다페스트에 가장 먼저 만들어진 다리로 세체니 이슈트반 백작의 아이디어로 시작하여 스코틀랜드인 클라크 아담에 의해 건설되었다고 한다. 당시, 이 다리는 경제와 사회 발전의 상징이었다. 이후 1945년에 독일군에 의해 다리가 폭파되었으나 다리를 만든 지 100년이 되던 1949년에 다시 개통되었다. 세체니라는 이름은 이 다리에 공헌한 세체니 백작을 일컫기도 하지만 밤을 밝히는 전구의 모습이 마치 사슬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졌다. 그리고 다리 난간에는 혀가 없다고 전해지는 사자상이 있다. 지금은 부다페스트의 야경에서 빼놓을 없는 아름다운 다리로 자리하고 있다. 어스름 안개 속에서도 위용을 떨치는 다리는 헝가리인들이 자랑할 만하다.

세계적인 고딕식 건물이라는 국회의사당(Hungarian Parliament Building),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고 웅장하다고 한다. 영국의 국회의사당의 뒤를 잇는데, 영국의 의사당에 비해 고전적이라는 평이다. 네오 고딕 양식으로 지어져 왕궁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특히 밤에 불이 켜지면 불빛이 도나우강에 비추어 환상적인 야경을 이루는데, 이 역시 건국 1000주년을 기념하여 완성하였다고 한다.외벽에는 헝가리 역대 통치자 88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지붕에는 1년 365일을 상징하는 365개의 첨탑이 있다. 국회의사당의 내부에는 총 691개의 집무실이 있으며, 카펫의 길이를 모두 합치면 무려 3456m에 이른다고 한다.

김춘수 시인의 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의 배경이 바로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코슈트광장이다. 1956년 혁명 당시 부다페스트 대학생과 시민들이 소련군의 철수와 헝가리의 민주화를 요구하면서 연좌데모를 벌이다가 소련군의 총탄에 쓰러져간 곳으로, 헝가리 민주의회정치의 현장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크루즈 투어로 외관만 감상하였고, 어스름 안개 속에서 볼 수 있어서 신비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안타깝기도 했다.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서 야경을 준비하는 국회의사당을 뒤로 하고 배 위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보니, 감상에 빠져 있을 사이도 없이 배가 선착장에 도착했다.

마르기트섬을 또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탄 유람선이 마르기트섬을 바라보며 배를 돌렸지만, 헝가리 최대의 공원이라는 섬, 자전거 타며 돌면 아주 좋다는 곳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고 왔다. 패키지 여행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지! 수박 겉핥기식으로 밖에 할 수 없는!

'도나우강의 잔물결'이라는 노래가 흥얼거려지는 밤, 도나우강의 야경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 밤새도록 보고 싶은! 이번에야 알게 되었지만, 이 곡은 루마니아의 작곡가 이바노비치'(Iosif Ivanovich)의 작품이다. 이바노비치는 루마니아의 군악대장 출신으로 이 곡도 원래는군악대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 곡은 비슷한 왈츠이면서 곡목도 비슷한 왈츠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평가받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곡의 구성이나 분위기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우리 나라에서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뿐만이 아니라 이 곡의 선율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미국에서는 '애니버서리 송'(Anniversary Song)이라는 노래로 편곡되어 대중적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어스름 달빛에 안개는 끼고

고이 잠드는 깊은 밤하늘에

물결 잔잔한 도나우 강물은

달을 띠우고 흘러만 가네.

물결치는 작은 배 위에 등불만 흔들리고

새들은 잠깨어 날아가네.

갈대 잎 끝마다 반짝이는 저 잔잔한 물결

굽이 흐르는 다뉴브 강 물결은

달을 띄우고 흘러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