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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박제천/ 혼잣말놀이

혼잣말놀이


박제천

돌이 좋아졌어요

눈길만 주면 재잘재잘 소리가 새어나오는 돌의 입이 좋아졌어요

온마음을 다해 내 소리를 듣고자 저 솟아나오는 돌의 귀를 보세요


온몸에 그림을 그리는 돌의 손을 보셨나요

바람의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는

눈송이 눈송이 물감으로 채색을 하는

돌의 손, 손을 따라 빛나는 돌의 눈을 보셨는지요


돌을 쥐고 있으면

심장의 박동소리가 들려와요

내 손의 손금마다 흘러가는 돌의 피, 돌의 숨소리


어쩌다 내 손에 와 돌이 된

별 하나,

마냥 좋아하는 게 죄 같아서


밤마다, 다시 돌아가라고

있는 힘껏 하늘로 던지면

밤마다, 다시

별똥별로 불타서 내게 돌아오는 돌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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