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서해안 북부

바다로 가다/오이도, 대부도

바다로 가다

서해의 배들은 기다릴 줄을 알아야만 한다.

오이도 앞 바다의 배들이 물때를 기다린다.

오이도 해양수산단지를 찾은 사람들과 함께 물때를 기다린다.


등대는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붉은 마음으로

붉게 단장하고 영접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가로등도, 전봇대도, 소형 스피커도, 구름까지도 모두 물때를 기다리며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성급한 여행자는 기다리지 못하고 달린다.

대부도 방조제로 달린다.

그러나 멈출 수 밖에 없다.

넘실거리는 바닷물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목숨을 담보하고, 갓길도 아닌 갓길에 차를 멈춘다.

세찬 바람에 볼이 얼얼하고 마후라를 여미며 서 있지만, 버틸 수가 없다.

그래도, 순간의 공간은 바람을 잡지 못한다.

초소에는 병사들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을 잡지 못하므로....



조금 가다 다시 멈춘다.

12킬로미터 시화방조제는 끝이 보이지 않고, 바다 역시 수평선 너머 아득한 세상을 동경하게

하고, 배 한 척이 유유히 인천항으로 향한다.

쌓인 눈이 부서져 다시 눈이 되어 날린다.

그 흔적도 잡을 수가 없다.



나의 안식처에 다다른다.

대부도.

솔숲이 있는 나의 바다.

물위에 떠 있던 어선 횟집은 사라지고, 마지막 횟집 주차장 팻말이 나를 거부하지만

누가 뭐라고 하면, 큰소리 치면서 따질 요량으로 망망히 바라보는 바다...

차가 들어갈 수 있었던 저어기 바위산 아래 바위들, 이제는 입구에 초록 철망이 쳐져 있다.

아주 못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통제는 하고 있었다.

무슨 사고라도 났었던가?

바람만 세차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초록 울타리로 경계를 쳤다 해도 아마 저기까지 갔으리라.

누가 뭐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용한 바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바람이 너무 세차서 오래 서 있을 수도 없었지만, 순간 속의 그 곳은 너무 평화롭다는 것이 새

삼 신기하다.



어선 횟집이 서 있던 자리에는 배 두 척이 대신 서 있다.



바닷물은 흔적만 남겨 반짝이고, 잔설을 딛고 바라보는 바다, 마른 풀 사이로 의젓하게 서 있는 배,

멀리 보이는 곳이 전부 넓은 개펄이다. 물이 들어오면 배가 뜰 수 있는 저 먼 개펄....

두 개의 얼굴로 항상 나를 평화롭게 한다.



아까와는 반대편 모래사장.

여름이면 제법 사람들이 붐비고, 솔숲 근처, 산 등의 민박 등지에서 쏟아져나오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여름에는 더 짧게 머무르는 곳.....

즐비한 횟집 중, 가장 전망 좋은 곳을 골라, 오후의 넘실거리는 바다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동하던 날들이 있었다.

혹은 물 빠진 개펄에 비친 태양의 반짝거림에 매료되기도 하고,

일몰에 혹하며 나누던 한 잔 또 한 잔....

그 어느 가을에는 그녀와 함께 걸었던 모래사장,

밤바다 소리도 들었던 모래 사장,

그렇게 자주 찾았던 그 언니와는 요즘 거의 못 만나고 있다.

이제 내가 다시 가까이 오게 되었으니 다시 만나게 될지...

특히 우리가 잘 가던 단골횟집에는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을 데려가기도 했다.



이제는 이 입구까지도, 모두 횟집들의 소유처럼 되었다.

바다는 누구의 바다인가?

마음놓고 바라보던 바닷가엔 노란 천막까지 쳐 놓아서 시야를 가린다.

조개구이를 먹으면, 바다를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내가 십수년 사랑해 오던 솔숲도 점점 더 삭막해져간다.

나무들은 모두 그대로이며, 가지는 더욱 연륜을 더하며 뻗어가건만, 울긋불긋한 빛깔들이 천박스럽

기만 하다.

그래도, 그나마 바다가 있으니 사랑해 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