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崇禮門이여, 오호통재라!
아래 사진은,그저께 2월 9일(토) 저녁 숭례문의 야경사진이다.
토요일 낮에 이 숭례문 길 건너 건물에 볼일이 있어 갔다.
하루 종일 건물 창으로만 바라보며, 사람들이 대문으로 드나드는 모습이 참 반갑고도 약간은 걱
정스러운 풍경이었다.
저렇게 다녀도 문화재가 잘 보존이 될까? 막연한 걱정이 문득 들어서,
'내가 왜 이런 답답한 생각만 하나? '
'통제된 것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반가운 마음 반, 생경스런 마음 1/4, 걱정스런 마음이 그 나머지를 차지했다.
문지기 교대식 같은 것도 하면서 조선시대 병사들 복장으로 대열을 짓는 모습도 너무나 정답게
보였다. 그 전에는 늘 막아놓은 것만 보았기에, 몇 년 전부터 개방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만, 일부러 가게 되지는 않아서, 지나치기만 했다. 사람들이 직접 지나다니는 것을 보니, 그날 따
라 무척 들어가고 싶어졌다. 그러나 짬이 나지 않아서 창을 통해 가끔 내다 보면서 일을 보았다.
그러나, 낮에 그럴 시간이 안 되어서 조만간 꼭 다시 와서 의식도 보고, 여유롭게 둘러보아야겠
다고 생각을 하면서저녁 때 일행들과 같이 정면도 아닌 측면의 배경 사진만 두 장 멀리서 찍고
아쉬움을 달래었다.
그러나, 오호통재라!
어제 저녁, 그러니까 10일(일) 저녁에 청천벽력 같은 뉴스를 접하면서, 그 작은 소망은 사라져
버렸다. 어제는 내 컴퓨터 인터넷이 잡히지 않아서, 블로그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몸도 안 좋아
서 하루종일 거실에서 책을 보면텔레비전을 보았는데, 기가 막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초기에 진화가 되는 줄 알고 불행 중 다행이라 여겼다.
조금만 복구하면 될테니까 정말 다행이라고 안심을 했는데, 다른 일 하다가 다시 티비를 켰
는데, 숭례문이 더욱 활활 타고 있는 게 아닌가?
정말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밤 늦게 숭례문 현판이 떨어지고, 누각은 차츰 무너지기 시
작했다. 양녕대군이 썼다는 현판만 건지고 말았다는 기가 막힌 보도에 망연자실.....
화가 나서, 애통해서견딜 수가 없다.
오늘도 저녁 뉴스는 계속 그 이야기, 그 화면....
그 전날 그 문을 자세히 가서 보지 못한 회한, 큰 딸과 둘이서 같이 그 곳을 갔었기에 우리
둘은 더욱 속이 탔다. 아무리 바빠도 한 10분만 시간을 냈다면 사진이라도 담아둘 수 있었
고, 자세히 볼 수 있었을 텐데...
이제 복구가 된다고 한들,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처럼 그 석축만 조선시대의 것이라는 안
내판을 가지게 될 터, 이 무슨 세계적인 망신인가? 전시도 아니고 평상시에, 그것도 무슨
피치 못할 상황도 아니고, 무슨 정신병자가 한 짓인지, 말도 안되는 방화쪽으로 원인이 모
아지고 있으니.....
오늘 낮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숭례문의 그 초라한 몰골에 눈물이 핑 돌았다.
국화꽃을 갖다 놓은 사람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말이 또 적용이 되고 말았지만, 돈화문, 종묘, 보신각 등 시
내 곳곳에 산재한 우리의소중한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지고, 대책을 강구해야겠
다. 1월에 본 보신각에도 지키는 사람은 없었고, 돈화문도 같은 입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만 지나면 절대로 잠잠해져서는 안될, 깊이깊이 깨달아야 할 우리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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