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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보름달 뜨는 것도 모르고...

그야말로 기록을 세웠다.

꼬박 12시간을 거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아침은 걸르고 점심 한 끼는 가볍게 떼

우고 저녁은 맛있게 해먹었지만.....저녁하며 세탁기 돌리고....

나 자신이 기특하다.

어제, 그저께 이틀이 엉망이 된 관계로 목표를 이루지 못하여 오늘은 하루 종일

머릿속에 뭔가를 쏙쏙 집어넣었다.

도로 튀어 나오는 놈이 더 많은데, 그래도 일단 집어 넣었다는데 뜻이 있는 게지.

끝없는 고행의 연속,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나 스스로를 지금 볶고 있다.



연잎에 빗방울은 잘도 모아지는데.....

모아진 물방울보다 흩어진 것들이 더 많구나.

모은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야.

강원도 눈이 펑펑 쌓인 곳으로 달려가고 싶다.

서해 바닷가 낙조도 그립고, 석모도 갈매기도 그립건만....

주말에 어머니 뵈러 갈 생각에 다른 모든 역마살은 억누르고 있다.

머리 핀으로 찔끈 질르고, 가장 편안한 얼굴로....

그런데 저녁 먹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전화가 왔다.

볼일이 있으니 잠시 나오라는......

나 나가기 그런데....

걍 나와....

갑자기 샤워하고 머리도 감고, 모자 꾹 눌러쓰고 나갔다.

자기 차 어제 먼 곳에 두고 왔다고 내 차 갖고 산에 간다더니, 그 차 가지고 오자고......

걍 택시 타고 가지.......

암튼 차가 밀리는 서부간선도로 쪽으로 가면서 이야기를 도란도란 좀 나누었다.

변두리쪽으로 나가니 환한 보름달이 떴다.

소하리 쪽에는아파트 공사가 한창이고, 공사장을 가린 막 사이로 보름달이 정말 환하다.

아, 시간이 이렇게 가고 있구나...

방에 처박혀 있으면 달이 뜨는지 해가 뜨는지 구분이 잘 안 된다.

올 때는 운전을 하면서 하늘을 쳐다 보아도 달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이든 딱 인식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집에 와서 달력을 보니 오늘이 딱 섣달 보름이다.

이제 보름 후면 설날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