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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비의 집/박제천

비의 집

박제천

아마 , 거기가 눈잣나무 숲이었지

비가, 연한 녹색의 비가 눈잣나무에 내렸어

아니, 눈잣나무가 비에게 내려도 좋다는 것 같았어

그래, 눈잣나무 몸피를 부드럽게 부드럽게 부드럽게 씻겨주는 것 같았어

아마 , 병든 아내의 등을 밀던 내 손길도 그랬었지

힘을, 주어서도 안되고...

그저 , 가벼히 껴안는 것처럼 눈잣나무에 내리는 비

그리 , 자늑자늑 젖어드는 평화

아마 , 눈잣나무도 어디 아픈 거야

문득 , 지금은 곁에 없는 병든 아내가

혼자 , 눈잣나무 되어 비를 맞는 것으로 보였어

그만 , 나도 비에 젖으며 그렇게

그냥 , 가벼히 떨리는 듯한 눈잣나무에 기대어 있었어

-박제천 시인 신작 시집 '아 ,'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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