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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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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순


북한산 꼭대기에는

달마대사가 산다.


오늘은

벗겨진 머리를 내밀고

푸릇푸릇한 수염과 구렛나루 듬성듬성 돋은

커다란 얼굴로

세상을 굽어보고 찡그리고 앉아 있다.


오후 햇살에 머리가 더욱 반짝거리는

사색에 잠긴 그를 만나려고

나도

낑낑거리는 사람들 대열에 끼여

얼굴을 찡그리며

북한산을 오른다.


그의 코앞에 닿으면

찡그렸던 그의 얼굴도 내 얼굴도

미소로 변해버린다.


북한산 꼭대기에는

가까이 가기만 해도

온몸으로 마음을 열어주는

달마대사가 산다.

시시각각 얼굴이 변하는 달마대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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