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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라남북도 내륙

보길도를 찾아서3/메타쉐콰이어 가로수를 바라보며

다음 목적지는 그 유명하다는 담양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이다.

시내로 들어가니, 소쇄원은 아래쪽으로 한참 내려가야한다고 해서 숲을 먼저 보기로 했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니, 바로 키가 큰 숲이 보인다. 남이섬에서 보았던 그 숲이 생각나서

환상에 젖었는데, 길이 생각보다 짧아서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쭉쭉 뻗은 나무들을 보니 속

이 후련해졌다. 나무 사이사이에 심어놓은 보랏빛 맥문동꽃들이 나무들을 쳐다보듯이 위로

위로 온몸을 뻗어 자라는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렸다.

키 큰 메타쉐콰이어나무에게 화답이라도 하듯이 모든 기를 모아 위로위로 보랏빛 촉수

를 곤두세우는 맥문동, 빙그레 웃어주듯이 마냥 지켜서서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

그들의 조화가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무언의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었다.

부익부 빈익빈(富益富貧益貧>,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면 무조건 배척하고, 남이 잘 되려고

하면 무조건 깎아내리려고만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걸까?
아, 그러나 사실 그런 사람들 눈에는 자연의 말이 들리기나 할까?

내가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는, 평소에는 잊고 살지만 이렇게 가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

기 때문이다. 생활의 찌꺼기를 정화해주는 자연...그 일부 메타쉐콰이어와 맥문동.....



도심에 자리잡은 가로수들은 키가 너무 크면 건물에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시원한 들판을 가

로지르는 길가에 있으니, 주변과 대비되어 너무 인상적이었다. 양쪽에 초록빛 물결 일렁이는 논

과 시원하게 드러난 나무둥치,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잎들의 싱그러움, 좁은 길

에 차를 대고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길 한 쪽엔 88고속도로로 향하는 길이 시원하

게 뚫려서 배웅을 하는 듯 했다.

돌아서서 다시 시내 쪽 다른 길로 외곽으로 빠지는데, 그 길도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이다.

주변에 집과 건물들이 있고, 구간도 짧아서 아까 그 길보다는 못했지만, 담양의 명물 중의 하나

로 꼽히기엔 손색이 없는 멋진 길이라고 생각된다.

메타쉐콰이어는 어쩜 그리 키가 클 수 있을까? 그 시원스런 자태를 바라보면 온갖 세상 시름을

잊을 수 있다. 로마에서 보았던 그 소나무들을 보았던 시원함, 이국적인 향취도 생각나고, 짧은 시

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

남이섬의물빛에 젖은 그 나무들, 담양에서 초록빛 물 오른 벼들과 보랏빛 맥문동과 어울린 그 나

무들을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