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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라남북도 내륙

보길도를 찾아서 2/담양 대숲에서

동군산에서 호남고속도로까지 가는 길이 아주 좋았다.

요즘은 충청도 쪽이나 어디나 사통팔달 길이 잘 뚫려 조금만 정보를 빨리 알아도 편히 갈 수가 있다.

거의 고속도로와 다름없이 씽씽 달리는 차, 기분이 확 풀린다. 안 밀려서 너무 좋다고 한 것도 잠시,

백양사 IC근처에서 사고처리로 정체라는 안내가 뜬다. 아니나 다를까? 백양사 근처에서 한 시간 이상

을 거의 서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더 아래쪽에서 사고가 나서, 앞에서 갓길로 빠지던 차들을 따라

갔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법규를 준수한 것을 흐뭇하게 생각하고, 만족하기로 했다.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오니, 드라이브 하기에 너무 좋은 길이 나온다.

내장산 자락의 싱그러움에 푹 빠져서, 꼬불꼬불 길을 돌아 담양으로 향한다.

"와. 호수다! 호수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저 건너편 풍경이 그림 같네!"

모두 입을 다물 줄 모른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자고 차를 대려고 했더니, 하필 그 쪽이 좀 지저분한 것

들이 많아서 포기하고 다시 달린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것들이 가까이 가보면 실망스러운 것일까?

비 온 뒤라, 호수는 흙탕물이기도 했으니, 때론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는 것이다.

담양으로 접어들었다.

시간은 이미 점심 시간을 훌쩍 넘어 있었다. 점심을 무엇을 먹을지 의논을 한다. 총무 언니가 인터넷으로

여러 군데 찾고, 지인에게 물어서 알아놓은 장소들을 여기저기 알려준다. 담양 왔으니, 뭐니뭐니해도 죽통

밥을 먹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죽림원'을 찾아 가기로 했다. 인터넷에 더 유명한 집도 있다하나

우선 이름도 마음에 드니, 전화를 걸어 장소를 물어보았다.

드디어 죽림원에 도착했다.

"아, 사방이 대나무밭이네!"

"정말 대나무가 많기도 하다!"

별채는 통유리로 되어 있어 대나무밭 한 가운데 앉은 기분이 든다.

"어쩌면 저렇게 굵게 자랄 수 있지?"

그리고, 대나무가 일년 동안에 저렇게 쑥쑥 자란다는 것을 처음 안 사람들은 정말 신기해서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나도 전에 시를 쓰느라 대나무에 대해서 읽은 적이 있었지만, 긴가민가 했는데 우리 대장 왕언니가 확

실하게 알려주고, 식당 주인에게 물어서 확인까지 하고 나니 다들 믿기는 했지만, 그래도 몇 분은 아직 완전

히 믿기지는 않는 눈치다.

죽통밥과 죽순 무침맛은 기가 막히다. 처음에 그냥 죽통밥만 시키려다가, 그래도 무침을 먹어보자고 한 것

에 모두 대만족을 하였다. 제일 맛있었으므로....맛있는 음식에 술이 없을 수 없지, 대통주 맛은 정말 특별하다.

따를수록 진하고 쌉싸름한 맛이 강해진다. 그래도 뒷맛이 너무 개운해서 다들 두세 잔씩은 다 마셨다. 운전을

해야하는 나로서는 맛만 볼 수 밖에 없었지만, 그 강한 맛은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민생고를 해결했으니, 밖으로 나와 사방의 대밭을 거닐며 산책을 했다. 대나무 사이에서 사진도 찍고, 대나무

에 대해 감탄을 한다. 인부들이 대나무를 베는 것을 보니 실감이 난다. 대숲에 큰 항아리들이 즐비하다. 아마

대통술을 담궜으리라는 짐작을 하며 담양의 조상들은 후손들을 위해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고 한 마디씩 한다.

배도 부르고,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