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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꽃들과의 보물찾기

근무지를 옮긴 것이 벌써 4개월이 꽉 차려고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하기도 하고, 특히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조심스러웠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편안한 편이다.

 

특히 좋은 것은 이 곳은 꽃들의 천국이라는 것!

비싼 돈을 들여 화려하게 조성된 꽃밭이 아니라, 작은 야생화들이 오종종 모여, 매일 어디서 새로운 꽃이 피어나고 있는지 관찰하는 기쁨이 쏠쏠하다.

 

우리 대장님께서는 매일 그 꽃들을 사진으로 찍어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교실로 송출하신다. 몰랐던 꽃이름은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알아내고, 꽃말이며 특징이며, 별명까지 알려주신다. 누가누가 새로운 꽃을 먼저 발견하는지 내기라도 하듯이, 서로 숙제를 내고 찾아보고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당신이 제일 한가하시다고, 바쁜 선생님들에게 보내주시니, 아이들과 함께 틈틈히 야생화동산이며 화산이며 운동장 주변의 언덕을 오르내리며 매일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봄꽃, 여름꽃 만든 꽃의 파일 종류만 해도 100여종이 넘고 있다. 꽃들은 어디에서 숨어 있다가 또 하나씩 고개를 내밀고....오늘은 루드베키아, 까치수염을 업그레이드 해 주셨다.

 

우리 반은 또 시를 쓰는 반이니, 그 꽃들을 찾아가 시를 써서 그들에게 말을 붙여주기도 한다. 22명의 아이들과 나, 23명이 불러주는 말들이 다 다르니, 그 꽃들도 아마 행복할 것이다. 아니 우리 학교 전교생 430명과 30여분의 선생님들, 그리고 나머지 10여명의 직원들이 늘 관심을 가져주고 예뻐해주니 그들도 정말 행복할 것이다.

 

그 꽃들은 또 우리들의 얼굴로 보물찾기를 하지는 않을지.........?

 

그 보물찾기를 더 잘 하고 보존하기 위하여 큰맘 먹고 DSLR 카메라를 장만했다.

어제 드디어 배송이 되어 왔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똑딱이로 기록을 하는데만 만족하려고 했는데 그 꽃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았기에...

 

올해는 18년을 타고 사랑해주던 애마도 바꾸었고, 카메라까지....무리를 하고 있지만 분명히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전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하기 나름이니...

 

바빠서 사진 찍을 틈은 잘 없겠지만 하루에 단 몇 분 만이라도, 좀더 여유로워지고 싶다....

얼마나 더 많은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

가슴이 설렌다.

 

 

이것은 우리 교실에 있는 제라늄....

전에 계시던 선배님께 선물 받은 화분으로 2월부터 빨간 꽃이 피었었는데, 지난 달부터는 민들레나 할미꽃 등처럼 솜털을 단 씨앗으로 우화하고 있다.

 

한쪽에선 붉은 꽃이 피어나고, 또 한 쪽에선 세대를 이어갈 씨앗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올해 여기에서 본 봄에 피는 야생화들은 대부분 솜털을 달고 씨앗을 보호하고 있었다. 하늘매발톱꽃, 씀바귀꽃, 민들레, 작은 들꽃들은 그렇게 자신의 종족 보존 본능을 성스럽게 완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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