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NIM 4월호 발표시
2025년 4월호 Vol.46 - 황경순
작성일 : 2025-03-31 18:27:32 이름 : man
비워야 사는 나무
황경순
우루과이 옴부나무는
속을 비워야 수백 년을 산다
거대한 속이 텅 비어 죽었는지 올려다보면
잎도 꽃도 피우고 기생식물까지 무성하게 자라고
사람들까지 나무속에 살 수 있다
단단한 집착은 다 버리고 가벼워진 부드러움 그 본질만으로
집채처럼 턱 버티고 서서 웃고 있다
나이테가 없으니 나이를 알 수 없지만
진정한 버팀의 그 역사가 보인다
비워야 살 수 있음을
미처 몰랐다
식욕 물욕 명예욕 지식욕 사랑 욕심까지
꽉꽉 채우지도 못하면서
끊임없이 채우려고 아등바등 살았다
뱃속이 안 좋을 때
한두 끼 비우면 온몸이 생생하게 살아나듯이
이런 저런 생각들까지도
그렇게 조금씩 비우고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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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순 시인
2006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거대한 탁본』『꽃이 새가 되는 시간』이 있음.
http://nim22.com/wb_board/view.php?&bbs_code=1617759164&bd_num=3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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