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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해안 북부

시월의 마지막날, 비바람이 치는 바다~~

시월의 마지막날, 올해는 아주 뜻깊은 여행을 했다.

대부도, 올해 새로 지은 펜션을 빌려 동료들과 여행을 떠났다. 멀리 많은 것을 보자고 떠나는 것이 아닌, 하루 반나절과 하룻밤을 위한.....토요일,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점심무렵 퇴근 시간이 되자, 그혔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그래도 비가 안 오는 게 어디냐며, 가까운 대부도로 날았다.

서울에서 출발했다면 토요일 오후라 무척 차량이 붐볐겠지만,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 출발해서 아주 여유롭게 바다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흐린 바다, 고깃배들은 점점이 정박해서 시선을 유혹하고, 낚시하는 차들이 시화방조제 곳곳에 서 있다. 세찬 바람에도 바다는 여전하다. 파도가 별로 없는 얕은 바다, 멀리 떠 있는 커다란 배들, 그리고 오이도의 촘촘한 건물들, 멀리 인천의 건물들, 그 답답함 마저, 바다를 끼고 바라보니, 여유롭다.
















대부도 북동 삼거리에 있는 할머니칼국수23호점을 예약했다고 해서 찾았으나, 33호만 있어서 여러 바퀴 돈 후에 자리를 잡았다. 고소한 해물파전과 구수하고 시원한 칼국수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니, 모두 배를 두드리며 세상 부러운 게 없단다. 칼국수 집에서 10분도 채 안 걸리는 곳에 하얀 집, 펜션이 예약되어 있다. 네비게이션을 켜고 앞장을 섰다. 그런데 약도로는 꽤 넓은 길인 줄 알았던 길이, 너무 좁아서 두 길이나 지나치고 말았다. 뒤에 차들이 몇 대나 따라오는데....그래서 또 다른 비포장길을 만나서 턴을 하려고 했더니, 네비가 그 길로 가라고 알려 주었다. 나는 무작정 그 산길을 따라 달렸지만, 다른 차들은 망설이고 있었다. 암튼 들어섰으니 천천히 오른다. 비 온 뒤라 비포장도로는 패이고, 미끄럽다. 패인 곳을 갈 때 텅텅 소리가 나서 함께 탄 후배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 차는 특히 그런 길엔 적합지 않아서 소리는 요란하지만 끄떡 없다고 안심을 시켰다. 다른 차들에게는 길이 험하다고 되돌아서 가라고 전화를 하고, 나는 좁은 외길을 내쳐 달렸다.

산 고개를넘어섰다. 아, 바다가 보인다. 숲을 벗어나니, 억새가 반겨주고, 저 멀리 바닷가에 예쁜 페션 몇 채가 호젓한 바닷가에서 있다. 인삼밭도 지나고, 포도밭도 지나고, 목적지가 코앞이다. 그런데 칼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저 멀리 선재대교와 선재도, 영흥도가 보이는 그야말로. 아담한 바다가 펼쳐져 있다.

아담한 만.....(무슨 만인지 아마 이름이 있겠지만) 펜션 몇 채와 농가 한두 채가 전부이다. 작은 개울이 바다와 만나고, 바닷물은 밀물이라 찰랑찰랑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하얀 펜션은 너무 깨끗하고 예뻤다. 정확히 말하면 조립식으로 지은 미색과 하얀 색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듯 하다.

이층의 넓은 거실 창문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평화롭다. 바람이 아무리 세차도,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길을 헤매던 사람들도 속속 도착하고 나니, 또 비가 흩뿌린다. 거실에 긴 상을 펴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토요일 오후, 저녁 같은 오후 시간이 황금처럼 흘러갔다.

나는 그 주에 며칠 밤잠을 설친 터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방으로 들어가 예쁜 분홍방 침대에 누우니 스스르 잠이 쏟아졌다. 완전히 잠들지는 못하고,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잠결에 들렸다가는 사라지고.....오후 시간이 많으니 과일도 깎아 먹고, 후배의 마술 공연도 보고, 그런그런 사이에

저녁 시간이 가까워진다. 앉아서 이것저것 먹어서 산책이나 하자고 바닷가로 나갔다. 칼바람에 모두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나갔지만, 흩뿌리는 비와 바람에 겉옷이 흠뻑 젖도록 한 바퀴 돌았다. 물과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 그리고 재미난 포즈에 모두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뛰어 다니고....쉐프를 맡은 후배의 준비가 완벽하다. 맥주 안주로 먹은 해산물들, 그리고 어둠이 짙어가면서 이층방 옆에 별도로 마련된 바베큐 장소에서 조각난 비닐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씨름하며 숯불에 목살을 굽고, 조개를 구워서 먹었다. 아, 그 고소한 맛, 그 신선한 맛에 소주며 맥주가 금방 동이 난다. 평소 술을 잘 먹지 않던 멤버들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탓이다...그럼 그것으로 말 우리가 아니다. 내가 가져간 대형 양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양주까지 몇 잔씩 돌고 나니, 다들 취기가 올라 게임을 했다.

배우자들에게 '오늘 따라 당신 생각이 많이 나요. 미치도록 보고 싶어, 사랑해!' 이런 문자를 동시에 보냈다. 답이 가장 먼저 오는 1.2등은 기쁨의 술 한 잔, 3,4등은 두 잔씩 마시기로 했다. 그 나머지는 3잔씩 마시기로 하고서.....다들 문자 보내놓고 키득키득 난리를 피우며 기대를 했다. 드디어 후배 한 명의 남편에게서 1착으로 문자가 왔다. 가장 후배인 미스가 문자를 다 읽어준다. 흐아~~ 대단한 문자다.'나도 당신이 없으니 너무 보고 싶어 환장하겠어! ' 이런 문자가 온 것이다.

"와! "

박장대소, 감탄을 하고 난리법석을 피운다. 띠리릭! 2등문자다. 나보다 많은 선배님의 남편에게서 온 문자다. 핸드폰 네임을 '내사랑'이라고 해 놓아서 우리가 엄청 놀린 선배부장님이신데, 그 내용도 장난이 아니다.

'날씨도 안 좋은데 재밌게 잘 놀다 오라는...자기도 보고 싶다는....!!"

또 박장대소, 난리를 한바탕 피우고기쁨의 술을 권하는데...

또 문자신호가 울린다.  이번엔 누구? 앗 부장님이에요? 흐아? 내 전화다! 근데 이건 뭔 시츄에이션? 문자의 내용은 "???" 이게 다다. 모두 뒤집어진다. 이건 외계인 언어냐고 난리....뭐 그래도 3등이다. 두 잔 빨리 드시고...후배가 이거 뭐예요? 답 문자 보낼게요. 이거 어느 나라 문자냐구요? 근데 잠시 후 다시 내 전화에 문자가 뜬다. 어? 정말 보냈어? 아니, 안 보냈어요. 시늉만 낸 건데...

아, 빨리 봐? 뭐라고 보내셨어? ㅎㅎㅎ 기대가 만발이다.크...

" 통닭시켜 먹었수 지금"

이런 문자란다. 다들 돌려보고 뒤집어진다.....생전 처음 그런 문자를 보냈으니 황당했겠지. 그래도 물음표만 보내놓고 보니, 허전했던지 추가문자까지 보내고....한참 웃고 있는데, 이번엔 쉐프 역할을 맡은 남자 후배 아내의 문자다.

"나도 미치도록 보고 싶어요. 우리 둥이아빠가 역시 최고야!"

다들 신혼 티 낸다고 부럽다고 난리.....또 뒤집어진다. 부인이 쌍둥이를 얼마 전에 임신을 해서 둥이아빠라고 불리는 후배이다. 너무나 자상한....다음엔 여자 후배의 문자다.

"엄마, 아빠가 뭔 일이야? 라고 보내래요."

이런 문자를 남편 전화로 초등학교 1학년짜리 딸이 대신 보냈다고 또 한바탕 난리를 피며 웃고....갑자기 내 전화벨이 울린다. 남편. 뭔 문자셔? ㅎㅎ 게임하는데 그렇게 재미없게 보냄 어떡해요? 그래도 저녁먹고 있는데 급히 보냈구만뭐....ㅎㅎㅎ 한참 통화를 하고 또 한바탕 웃고....

결국 두 사람은 문자를 못 받아서 서운해 하였다. 한 명은 남편이 장교인데, 훈련중이라 자기가 불리하다고 하면서도 너무 재미있게 참가한, 정말 금슬 좋은 내가 아끼는 대학후배, 또 한 명은 부부교사인 남자인데, 부인이 어린 애들 둘 돌보느라 아마 전화소리를 못 들었을 거란.....나중에 두 시간 쯤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서 회를 먹고 있을 때 군인인 남편에게서는 전화가 와서 징징거리며 전화받아서 또 웃고....남자후배는 집 전화로 전화해서 또 통화하고....

즐거운 분위기는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펜션 근처는 워낙 조용해서 노래방도 없어서, 밴을 두 대 불러서 아까 칼국수 먹은 곳으로 이동을 했다. 두어 시간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놀고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다 풀었다.

밤은 깊어가고, 밤바다는 이제 잔잔하다. 초저녁의 그 폭풍은 그야말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잔해져 있었다. 어두운 바다, 저 멀리 다리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영흥도의 불빛이 영롱하다. 다들 다시 맥주 파티를 벌이는데 나는 며칠 동안의 피로에 모처럼 마신 술로 잠이 쏟아졌다. 그래서 꿈나라로 들어갔다. 나머지는 일찍 잔 사람들은 슬그머니 이 방 저 방으로 자러 가고 마지막까지 남은 몇은 야식으로 라면까지 끓여먹고 잤다는 후문....

아침바다엔 물이 별로 안 보인다.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고 바람도 잔잔한 바다가 평화롭다. 물이 빠진 해변은 돌들이 굴러다니고, 저 멀리까지 개펄이 검게 펼쳐져있었다. 우리의 쉐프는 전복죽을 열심히 끓이고, 맛갈스런 아침상을 차려서 또 맛있게 먹고, 어제 먹던 조개탕에다 해물라면까지몇 개 끓여서 속풀이를 했다. 일요일이라 교회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아침까지만 잡힌 일정이라 정리를 하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같은 방향끼리 차를 나눠타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암튼, 모처럼 결속을 다지기 위해 MT를 떠난 보람은 있었다. 평소엔 대학원 다니느라 얌전하던 후배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좋았고, 다른 사람들은 자주

대화를 나누었지만, 펜션에서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니 너무 즐거웠다.













나는 이번 주 농장에도 가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차를 혼자 타고 선재도와 영흥도까지 가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내쪽으로 향하고 나는 반대쪽으로 향했다. 모처럼 영흥대교 초입에서 사진도 찍고, 아침바다, 섬의 아침을 카메라에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처럼 맑은 기운으로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다.

전날 술을 너무 마셔서 속이 울렁거리고 졸리기도 했다.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 주차장에 차를 댔다. 문을 잠그고 잠바를 뒤집어 쓰고 잠을 잤다. 한 숨 붙이고 나니 좀 개운해졌다.농어바위 바다 근처도 들르고, 장경리에 들러서 잠시 머문 뒤 귀가길에 올랐다. 들어가는 차들은 많아도 나오는 길은 비교적 한가했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서, 방조제 중간의 트럭 커피하우스에서 토스트와 커피를 마셨더니 속이 많이 가라앉았다.

시월의 마지막밤, 비바람이 치는 바닷가에서 뜻깊은 하룻밤을 보냈다. 아마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