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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해안 북부

비 내리는 바다

토요일 오후, 모처럼 시간이 난다. 직장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두 주였다. 그리고, 짬짬이 우리 집으로선 중요한 결정을 내릴 일이 있어, 분주해야 했고, 시 축제에다, 문상 갈 일까지 몇 건이 겹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바빴다. 중요한 일을 잘 마무리 하고, 한숨 돌린 주말, 날씨가 맑았으면 산으로 가고 싶었으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밀린 일을 마무리하고 대부도 쪽으로 길을 잡았다.

홀가분한 마음 자락 뒤에 돌아오는 쓸쓸함, 그리고 갑갑함....나즈막하게 내려앉은 회색하늘이 서해 바다와 딱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래도 고깃배들은 물떼를 맞아 떠서 일렁이고......시화의 오이도에서 12킬로미터나 되는 시화방조제를 건너면서 느낀 생각이다. 비가 내리니, 차들이 별로 없고, 비가 들이치는바람에 차를 대고도 차마 내릴 수도 없었지만, 안개처럼 뿌리는 그 빗줄기에 정신이 맑아졌다.







비 오는 장경리해수욕장. 주말이라 가족끼리 또는 모임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니는 사람들, 바닷가에서 공차기를 하는 남자들,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배, ATV-바이크, 나무다리처럼 세워 놓은 부표, 그리고 회색으로 밀려오는 파도...한 번씩 올 때 마다 새로워지는 곳, 어느 곳에 건물이 뚝딱, 하나 서 있거나, 또는 잘 나가던 건물이 폐가처럼 버려지거나....그리고, 길은 어느 새 포장이 되어 있거나....벌써 더워졌으니,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사람들로 붐빌 바다였으랴?

우울하지만, 조용히 바라볼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며, 안개처럼 약하지만, 바람이 너무 강해 오래 서 있기 힘든 바다에서 망연히 바다를 바라본다. 생각이 많아진다. 요즘 생각할 것도 많았고, 결정 내릴 일도 많았으므로, 맑아지던 정신이 바닷물처럼 또다시 뿌옇게 흐려지려고도 하고....










바닷가에 오면, 바다와 더불어 커다란 위안을 주는 것이 바로 이 소나무이다. 바닷바람을 막으며, 때론 사람들의 마음이 온통 바다에만 빼앗기지 않는 바램이었는지, 소나무들은 버티고 싶었겠지만, 병색이 완연하다. 건강하게 살다가 자는 듯이 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라는 건데, 선배언니는 내게 버티라고 했지만, 아,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저 상황이 안 좋다고 절대로 그대로 돌려보내서는 안되리라.





다음은 십리포.

소사나무 군락지로 보호되고 있는 숲이 유명하다. 소사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 그리고 섬. 아담한 해수욕장, 자갈과 모래가 섞인 바닷가,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멀리 보이는 섬, 그 섬의 눈물, 그 섬의 담배 연기......후, 섬이 안개에 자욱이 둘러싸여 있었으므로.....









십리포를 돌아나오면, 또 나오는 바닷가, 바위섬의 모습이 아련하다. 하늘도 바다도, 모두 같은 빛깔로 보인다. 그저 아련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지..........


비에 젖은 다리,영흥대교.





멀리서 보면 아련한데, 가까이에서 보니 역시 웅장하다. 내려앉은 하늘을 찌를 듯한....바다가 있는 곳에서는 꼭 섬이 있다. 아니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그 사이에는 섬이 있다. 그 섬이 있다.




다리 위를 달리면 섬도 발 아래요, 바다도 발 아래. 모든 것이 아래에 있지만, 마음은 무겁다.



선재대교 근처의 목섬.

물 빠진 길을 따라 사람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고기들은 물을 따라 떠났을까? 몇 번을 가도 늘 새로운 감흥을 주는곳, 그것이 바로 바다이고, 바닷가이다. 비 내리는 바닷가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센 바람에도 생각을 깊게 해 준다. 그래서 비가 오던 눈이 오던 그저 찾게 되는 바다.............



세 섬을 지나 다시 육지로 오려면 이 곳을 지나야한다. 겉으론 멀쩡하지만 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퀴퀴한 냄새가 나는, 시화호. 고기잡이배일까? 공사에 쓰이는 배일까? 아무튼 배가 정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