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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중국 구채구

중국 구채구 여행기 2 황룡, 죽다가 살다


황룡의 관광코스에는 차가 다니는 길이 없었다. 이 지방의 소속이 사천성(쓰촨성)으로 몇 년 전에 대지진이

일어난 곳이라 사람들이 몇 년 동안 여행을 보류한 곳이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개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우리는 초반에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처음에 케이블카로 유유자적하게 올라가니, 별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요즘의 나처럼 운동이 부족한

사람에겐 너무 무리하고 긴 산행코스였다.

아무튼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황룡으로 이동을 해서 10시 조금 넘어서 식사를 했다. 무슨 점심

을 그리 빨리 먹는지...그래도 아침 도시락이 시원치 않아서 모두들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음식은 별로였

지만 순전히 시장해서...그 중에서 단호박으로 만든 것은 좀 괜찮았고, 가져간 장조림과 깻잎, 고추장을 가

지고 식사를 했다.


드디어 황룡 관광지에 도착해서 기념사진을 찍고 고행이 시작되었다.

아, 정말 고행이라고 밖에 말할 지 않을 수가 없다. 고산병이 그리 혹독할 줄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에베

레스트를 등반한 수많은 산악인들이 정말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러워지는 날이기도 했다. 인간 한계에 도전

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뜻이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아, 저 산세! 저 맑은 공기, 아름다운 나무들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드넓은 중국 땅

중에서도 가장 여행하기 힘든 곳, 중국 이야기에 등장하는 신선들이나 살았을 곳에 우리가 서 있는 것이었으

니!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의 웅장함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푸른 나무들의 쭉쭉 뻗은 모습에 마음이

맑아지는 듯 했다. 유유히 떠가는 구름들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황룡을 알리는 건물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걸어야할 길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왼쪽의 푸른색 케이블카길을 따라 상쾌하게 오른 다음, 걸어서 약간의 내리막길을 1시간 걷는다고 했다. 내리

막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 곳이 해발 4000미터 정도여서 힘들 거라고 했다. 그 다음 동그란 부분이 바로

그 환상적이라는 '오채지(五彩池)'인데 양쪽으로 다 돌 수 있는데 왼쪽으로 도는게 길이 완만하다고 했다. 그

곳을 도는 게 40분 정도 걸리고, 그 아래로 도보로 트랙킹을 해서 내려오는데 2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쭉 내려

오다 보면 양갈래 길이 있는데 오른 쪽은 호수들을 더 볼 수 있고 경치가 좋으나 계단이 많으므로 가급적이면

왼쪽길로 내려오는 것이 힘든 사람에겐 편할 것이라고 했다. 총 4시간이면 충분히 돌 수 있을 거라고 11시 30

분부터 돌기 시작했으니, 처음엔 4시라고 하더니, 3시 30분까지 내려오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마(魔)의 길일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황룡(黃龍) 관광지도

케이블카를 타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구름을 타고 날았다는 신선들의 기분이 이랬을까? 아름다운 산세, 맑은 공기, 하얀 구름.....날이 맑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날이 너무 좋아서 더욱 환상적이라고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바라본 환상적인 모습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더욱 환상적이었다. 삐죽삐죽 솟은 산봉우리들의 일부가 된 느낌이랄까?

중국 현지 사람들도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한다는 곳, 세계에서 죽기 전에 가봐야한다는 곳 50군데 중에

한 군데에 내가 서 있는 것이었으니...

햇살을 따가웠지만, 공기는 써늘했다. 한기가 느껴질 정도, 특히 숲속으로 들어가면 추웠다. 걷고난 뒤에 흘린

땀 때문에 얇은 긴팔이 적당할 정도.....

그러나. 이제 여기서 부터 고행이 시작되었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슥거리고 숨이 가빠왔다. 산소통을 끼고

몇 발짝 걸은 뒤에 또 산소를 들이마시고.....우리 중 나와 또 한 명이 고산병이 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뒤쳐

지기 시작했다. 아, 자연은 인간의 마음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소중한 교훈! 건강하다고 자만하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간 그런 시간이었다.


내리막인데도 숨을 몰아쉬면서 걷는 한 시간은 하루인 듯 길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아무리 매서운 추위 다음

에도 봄을 어김없이 오듯이, 멀리 아름다운 색채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 저 푸른 물빛! 가슴이 요동쳤다. 자동

카메라지만 줌을 당겨 찍고 보니, 그 물빛, 그리고 동그란 호수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드디어 호수가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했다.

조금 오르는 길이 어찌나 멀게 느껴지는지,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일념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떼

놓았다. 황룡사에 도착했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소림사처럼 궤궤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절이었다. 한 언니

는 불교신도라 향을 사서 참배를 드리고, 그 동안 우리는 경내를 구경했다. 가장 기본적인 대웅전 같은 것

만 있는 절이었다. 그러나 이 산 속에 이 정도의 자재를 들여온 것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힘든 노동력

을 빼앗아 갔을 지 상상하니 숙연해졌다. 절 근처에서사람들이 고단한 발을 쉬고 있었다. 거기서 우리 여행

팀의 일원을 만났는데 벌써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내려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시작인데...그래도 40분

정도면 돌 수 있다니 희망을 가지고 오르기 시작했다.


아, 정말 눈부신 오채지!

다섯 가지 빛깔로 영롱한 호수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갔다.

같은 물인데 어찌 저런 다양한 색채를 띨 수 있을까?

이 곳의 땅은 석회질이라고 했다. 석회질이 땅 속의 물질과 섞인 색깔에 따라 여러가지 색으로 보인다는 것!

주로 푸른 빛이 많은 것은 흰 바닥이 반사되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얕게 보이는 물이 실은 꽤 깊기 때

문에 더욱 푸르기도 하고, 에메랄드빛이기도 하고.....아, 정말 가슴이 벌렁되고, 감동의 물결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산병에 숨이 가빠져서 숨이 넘어갈 듯한 순간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빛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또한 호수의 모양 또한 작은 원들이 수십 개 모여진 모습으로, 그 원을 도대

체 누가 빚었는지 황홀할 뿐이었다.

오채지의 가장 윗쪽 가운데쪽에서 황룡사쪽으로 바라본 모습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보이기도 하는 물빛, 사방에서 볼 때마다 그 아름다움이 달라보여, 신이 우리의 눈을

속이며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믿을 수가 없는!! 높이상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모습은, 또다른

색으로 다가왔다. 또한 이쪽에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해발 5000미터가 넘는 곳이 바라보였다. 특별한 장비

를 갖춘 사람들만 다닐 수 있으리라. 그 산중턱에는 구채구, 황룡의 9부족들이 사용하는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측면이지만 높이상으로는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모습

산의 위쪽으로는 멀리 눈넢인 설산이 보이고, 오른쪽 나무로 놓은 길에 사람들이 열심히 오르고 있다. 황룡

관광지 안에는 차가 다니는 길이 없다. 지게 같은 것에 커다란 바구니를 지고 짐꾼들이 짐을 나르고 있었다.

그냥 오르기도 힘든데, 그 뙤약볕에 무거운 짐을 나르는 사람들을 보니 고개가 숙여졌다. 우리는 돈을 쓰기

위해 이렇게 고행을 하는데.....그러나, 우리가 있기에 그들도 먹고 살 수 있으므로, 인간 삶의 다양성에 대

해서 다시 또 생각하게 되었고....

황룡이 살았다는 땅, 그 위로 흐르는 물

지도를 보니, 내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지 실감이 났다. 가장 위쪽에 있는 호수가 바로 오채지인 것이다.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도 호수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우리는 왼쪽길로 내려오느라 호수는 바로 내려다보지는

못했지만, 그 모두를 아우르며 아름다운 곳이 바로 오채지였으니! 죽음을 무릅쓴 고행의 결과 신선들이나 볼 수

있었던 비경을 드디어 본 것이다.


맨 아래쪽에서는 다시 아름다운 호수들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황룡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내려왔다. 남들은 3시

30분 이전에 도착한 사람도 있어 우리를 무척 원망했다는 후문.....그러나, 내 얼굴을 보고 모두 원망의 말과

생각들을 거두었다고 한다. 원망한 마음자체가 죄송스럽더란다. 내 얼굴이 사람의 얼굴이 아니더라는!!



아래쪽에 있는 작은 호수의 아름다운 모습



아무튼 '이렇게 죽을 수도있겠구나!' 라는 생각까지들 정도로 고통이 심했으나, 드디어 그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으니,후회가 없다. 아무튼 그 여행일정은 너무 무리하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가이드가 개인 욕심

으로 시간을 무리하게잡은 것이 1차적인 불만이었다. 발맛사지를 위해 더 시간을 넉넉히 주어야하는데, 사람

들을 너무 몰아친 것....그리고 발맛사지 장소를 구채구시내로 하지 않고 다른 곳에 예약함으로써 저녁을 9시

가 다 되어 먹었다는 것. 말도 안되지 않는가?

발맛사지를 하기 싫다는 사람은 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기 위해서 아무 관광거리도 없이 차에서 기다려야 했

으니...그리고 은근히가 아니라 완전히 강요하는 인상이었으니, 아무리 후지다 해도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발맛사지를받으니 피로가 어느 정도 풀려서 다음날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었다.

새벽부터 잠 한 숨 못자고 하루 종일 몰아쳤으니.....! 중간에 간식거리라도 들고 가라고 해야하는데....하기

야 고산병에뭘 먹으라고 해도 먹히지도않았겠지만....황룡은 많이 보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여행

사에서도 가이드 교육을 확실히 시키고, 다음날 일정과 바꾼다든지 해서 무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

다. 밤에도 악몽을 꾸었다...거의 9시가 다 되어 호텔에 도착해서 먹은 저녁, 허기에 지쳐 정신들이 없이 먹

는 쪽과 너무 지쳐서 못 먹는 쪽 두 부류였다. 나도 떼우는 쪽으로, 겨우 좀 먹고 잠이 들었다. 모두 제대로

씻기도 귀찮아서 양치질만 하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