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서해안 북부

아, 만리포 연가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잠시 떠났다.

막히지 않는 길을 시원하게 달려 닿은 곳은 바로 만리포해수욕장이다.

안면도쪽으론 지난 봄에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서산 당진쪽으로 길을 잡았고,

그 첫번째로 목적지로 잡은 곳이 바로 만리포이다.



벌써 20년 전 쯤에 다녀왔던 듯 하다.

그 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지만, 그 바다만은 여전하다.

모래들은 그 때 그 모래들일까?

이쪽 서해안 해변들이 아주 잘 다져진 모래사장을 가져서, 차가 달릴 수 있을 정

도이지만, 만리포는 그래도 부드러운 편이다. 부드러운 만리포, 예나 지금이나

한여름이면 사람들로 들끓었을 만리포, 특히 동해안으로 가기에는 교통이 불편

했던 20년 전 쯤에는 서해바다로 많이들 피서를 떠났었다.아이들이 어렸을 때라

동해고 서해고 틈만 나면 다녔던 곳 중의 한 곳이 이 태안 일대이다. 몽산포, 만리

포, 학암포, 연포해수욕장, 그리고 그 아래 안면도의 개발되지 않았던 꽃지해수욕

장의 아름다움까지......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까지 서해안 해수욕장의 이름은 모래사장의 길이

를 빗대어 지은 곳이 많다. 특히 이 만리포가 웅장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

았음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만리포나 연포, 안면도 가는 길은 정말 대단한

정체를 빚기도 했던 곳이다....

겨울바다.

해변을 거니는사람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요즘은 차편도 좋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국 방방곡곡 닿지 않는 곳이 없

고 겨울여행, 그리고 겨울바다의 고적한 멋을 누리려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지만,

겨울 바람이 매서운 날의 겨울바다는 정말 한적하고 고요하다.

인적이 드무니 더욱 깨끗해 보이는 바다, 작년 기름유출사건으로 괴변을 겪은 바

다가 다시 살아난 것을 확인하니 가슴이 뿌듯하다. 숱한 자원 봉사자들의 노고를

기리는 비도 세워져 있고, 구조물도 들어섰다. 또한 눈길을 붙드는 것은 만리포연

가 시비와 만리포사랑 노래비이다.

멀어서 아름다운 것들,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에 빠져든다.

만리, 우리들의 마음 속 천리, 만리는 이별의 리수다.

천리 만리 떠나간 님, 그래서 더욱 그립고 아름다운 님이다.

만리포, 원래는 만리, 아주 넓은 백사장을 가져서 얻은 이름일테지만, 만리, 만리포

그 멀어져서 그리운 바로 그 만리포인 것이다. 시에 빠져들면 떠나간 사람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그 뿐인가? 멀리멀리 떠나버린 젊음과 세월 또한 그 얼마나 그리운가?

숙연해지고 눈물까지 맺히게 되는.....

그런 만리포와의 만남이었다.

천년 전에도 쪽빛이었던 그 바다, 만리포....

멀어서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마른 모래 바람이 가슴을 쓸고 가는 날이면

만리포 바다를 보러 오시라

오래된 슬픔처럼 속절없는 해무 속에서

지워진 수평선을 가늠하는 붉은 등대와

닿을 수 없어서 더욱 간절하다고

아득히 잦아드는 섬이 있다



누군들 혼자서 불러 보는 이름이 없으랴

파도 소리 유난히 흑흑 대는 밤이면

그대 저린 가슴을 나도 앓는다

바다는 다시 가슴을 열고

고깃배 몇 척 먼 바다를 향한다


돌아오기 위하여 떠나는 이들의 눈부신 배후에서

고단한 날들을 적었다 지우며 반짝이는 물비늘

노을 한 자락을 당겨서 상처를 꽃으로 만드는 일은

아무렴, 우리들 삶의 몫이겠지



낡은 목선 한 척으로도

내일을 꿈꾸는 만리포 사람들

그 검센 팔뚝으로 붉은 해를 건진다

천년 전에도 바다는 쪽빛이었다

-만리포연가, 박미라-



그리고 또 하나, 만리포 하면, 만리포 사랑을 어찌 언급하지 않으랴?

"똑딱선 기적소리~~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사랑~~
그립고 안타까운 울던 밤아 안녕히 ~~

희망의 꽃구름도 둥실둥실 춤춘다~~

점찍은 작은 섬을 굽이굽이 돌아서 구십리 뱃길우에 은비늘이 곱구나
그대와 마주 앉아 불러보는 샹송 노젓는 뱃사공도 벙실벙실 웃는다

수박빛 선그라스 박쥐 양산 그늘에 초록빛 비단물결 은모래를 만지네
청춘의 젊은 꿈이 해안선을 달리면 산호빛 너울속에 천리포도 곱구나"

가수는 잘 몰랐지만, 구수한 목소리의 가수, 박경원, 목소리만 많이 듣곤 했었다.

해변의 낭만은 언제나 젊은이들의 몫이리라. 아니, 젊은이들 뿐이랴? 나이는 먹어도

가슴 설렘은 똑같다. 추억을 되새기기도 하고,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곳이 바로

바다가 아닐까? 만리포사랑, 그 노래가 귓전을 맴돌아 입속으로 들어와서 흥얼흥얼

저절로 흘러 나온다. 노래비가 애틋한 추억을 더욱 생각나게 하는.....


또 하나 발견한 것이 있다.

바로 이곳이 '정서진'이라는 것이었다. '정동진'과 반대가 되는 '정서진(正西津)'이다.

만리포사랑 노래비 옆에 비스듬히 세워진 것이 바로 그 비다. 영화가 상영되지 않았어

도 자동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던 곳, 정서진인 것이다. 만리포연가 시비와 노래비와

나란히 선'정서진'이었다.

또 하나 새로 생긴 것이 바로 박동규 시인의 시비이다. 이것은 앞의 두 비와는 성격이

다르다. 앞의 두 비는 시인이나 작곡가가 만리포를 사랑하여 쓴 시나 노래가 알려져서

만리포를 장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박동규 시인의 시비는 시를 기리기보다는 시

비를 세우는 목적이 먼저이다. 사람들이 인재로 더럽힌 바다를 사람들의 힘으로 복구

것을 기념하기 위해 상성을 부여하여, 특별히 청탁에 의해 쓰여진 시요, 시비인

것이다.

'누가 검은 바다를 손잡고 마주 서서 생명을 살렸는가'라는 찬양시비이다. 바다를 살린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찬양한 시를 읽으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오랜 기간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검은 바다가 그렇게 깨끗해졌으니,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시비

아랫쪽은 비 설립취지문이 함께 쓰여 있다. 다시는 그런 불행이 생기지 말아야 할 것

이다. 시비 뒤쪽으는 구조물을 세워서 그 모습에 대한 사진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아픔

을 이기고 일어선 바다와 함께 만리포 해수욕장의 새로운 명물들이 된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 저 멀리 보이는 해, 그리고, 파도, 바위와 섬을 보며 그 동안 답답

했던 가슴들이 확 트였다.입구 쪽에서 오른쪽을 보니 멀리 아름다운 건축물이 보였다.

세히 가 보니, 바로 아름다운 펜션이었다. 펜션 주변의 튀어나온 작은 언덕과 바위 섬이

척 아름답다. 그리고 펜션 앞에 심어놓은 열대 같은 나무, 그리고 보트와 멀리 저녁 햇살

난반사된 물기 머금은 모래밭과 은빛바다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바로 첫번째 사진이

모습이다.

음식점들이 들어선 옆의 빈 공터엔 참 특이한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여러가지 사람모형들인데, 목이 잘린 것들, 몸통이 잘린 것들, 성한 것도 많았지만, 뒹구는

머리, 몸의 일부가 잘려나간 것들도 많았다. 어디에다 쓴 것이었을까? 중국 진시황제의 무

덤에서 나왔다는 병마용갱의 일부를 옮겨놓은 것 같았다. 전쟁 영화를 찍다 만 흔적일까?

숙제는 풀지 못하고 왔지만, 참 인상적이었다.















바다의 기운을 잔뜩 받은 다음 먹은 '불타는 조개구이'와 '바지락 칼국수'의 맛은 그저그만이었다.

바다맛인지, 파도맛인지, 조개맛인지 모를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