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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자화상/최금녀

자화상

최금녀

기생이 되려다 못된 년들이

글을 쓴다는

김동리 선생님의 말씀으로

화끈 달아오르는 내 얼굴,

그 말씀에 줄을 달아준 분은

더운 차 한 잔을 밀어놓고 사라지며

"끼가 있다는 뜻"이란다

그렇다 느지막하게 내린 신끼로 굿을 치고 다니는데

선무당 사람잡는 소리가 등을 훑어내리고

옷 속으로 식은 땀 쭉 쭉 흐른다

애무당 하루라도 날춤을 추지 않으면

아쟁이, 대금소리에 삭신이 아프고 저려서

색색이 옷 차려입고 신바람을 맞으며

동서남북 발길 안 닿는 데 없다

세상만사 굿 한방이면 끝나는 듯

작두날 위에서 물구나무 서며

신끼 휘두르니 위태 위태하다

소리도 배워 사설도 익혀

한거리 제끼면 구경꾼도 모여들어 신기한 듯

늦게 배운 도둑질이 가여운 듯 박수도 쳐주어

신명 끓어 넘치는

기생 못된 선무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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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대단한 자화상이다.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기도 하고....

정말 시를 몇 줄 쓰다보면, 이 무슨 머리 쉴 행동인지 회의에 빠질 때가 있다.

그 답은 결코 분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끼, 그 신끼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을 때가 가장 많다.

사람마다 미쳐야 한다느니, 자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느니, 도를 통해야 된다느니,

시에 대한 설은 왈가왈부 끝이 없다.

그만큼 쉽지도 않은 일이거니와, 또한 신끼가 이미 내린 사람에게는 또 일상의 하나일 뿐이라는....

그런 생각을 깊게 해주는 최금녀시인의 '문학선집'을 읽으며, 이제사 간단하게나마 몇 자 적어본다.

지금까지처럼, 더욱 좋은 시로 거듭나실 것이라 믿으며,

그 우아한 미소를 오래오래 간직하시길 기원해 본다.

▶ 최금녀 시인 약력;

『자유문학』 소설 입선

시집: 『들꽃은 홀로 피어라』 『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 『내 몸에 집을 짓는다』 『저 분홍빛 손들』 『큐피드의 독화살』

저서: 『최금녀 시와 시세계(박제천 엮음)』

일역시집: 『그 섬을 가슴에 묻고 その島を胸に秘めて』

영역시집: Poems of keum-nyu choi

충청문학상, 비평가협회상, 현대시인상 등 수상.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현대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