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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충청남도 내륙

서산마애삼존불상(瑞山磨崖三尊佛像), 마음 내려놓다

서산마애삼존불상(瑞山磨崖三尊佛像), 마음 내려놓다

서산에서 꼭 보고 싶은 유적지가 바로 서산마애삼존불상(瑞山磨崖三尊佛像)이었다.

개심사에서 30여 분을 이동하니 작은 계곡이 나온다. 여름에는 계곡을 찾는 사람들로 무척 붐빌 듯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일 것이다. 겨울이라 곳곳에 얼어붙은 얼음과 눈 사이로 간간이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가야산 계곡이다. 골골이 돌아들 때마다 음식점들이 몇 개씩 보이고, 마지막 마애불상표시가 된 곳 아래쪽에도 식당이 있고, 거기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계곡 왼쪽 언덕에 나무로 만든 계단이 가파르게 놓여 있다. 작은 암자 같은 건물이 보이고 깎아지른 바위만 보이고 불상은 보이지 않는다.

가파른 나무계단인 줄 알았는데, 무늬만 나무이고 인조로 만든 플라스틱 계단과 손잡이를 잡고 30미터 쯤 올라가니 작은 암자 같은 건물이 나온다. 관리소인 모양이었다. 안내판을 보고 있으니, 여자분이 나와서 친절하게 맞아주신다. 햇빛이 비치면 부처님의 미소가 더욱 살아날 것이라고....잘 감상하시라고....절을 돌아 왼쪽 불이문(不二門)을 통해 걸어가니 다시 돌계단이 나온다. 내려갔다가 올라가니, 바로 마애삼존불상이 온화한 미소로 맞아주신다. 층암절벽에 거대한 여래입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보살입상, 왼쪽에는 반가사유상이 조각되어 있다. 흔히 ‘백제의 미소’로 널리 알려진 이 마애불은 암벽을 조금 파고 들어가 불상을 조각하고 그 위쪽에는 지붕처럼 조금 튀어나온 바위가 불상들을 보호하고 있다. 불상에는 비가 들이치지 않을 것 같다. 전에는 여기에 나무로 집을 만들어 석굴처럼 만들어 놓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것을 걷어내고, 자연스럽게 보존하고 있었다.

마애불(磨崖佛)이란 절벽의 거대한 바위 면에 선각이나 돋을새김 기법을 사용하여 불교의 주제나 내용을 형상화한 것이다. 마애불은 인도의 석굴사원에서부터 유래하며 기원전후부터 조성되기 시작하여 5세기경에는 매우 빈번히 조성되었고, 이 서산의 마애불은 당시 교역이 활발했던 6-7세기경에 조각된 백제의 우수한 문화재 중의 하나이다. 특히 이 곳은 백제 때 중국으로 통하는 교통로의 중심지인 태안반도에서 부여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므로, 이 마애불은 당시의 활발했던 중국과의 문화교류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는 비스듬하다. 각도가 110도(?) 정도, 아래가 들어가고 위가 나왔으니, 제대로 감상하자면 무릎을 꿇거나 쪼그리고 앉아서 보아야 하는 것이다. 기도하면서 가장 잘 볼 수 있게 만들지 않았을까? 쪼그리고 앉아보니 표정이 더 온화해보이고 서서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옆면에서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 바위의 빛과 마애불의 미소가 달라보인다. 이 날은 날이 흐려서 해가 비치지 않았는데, 햇빛이 나면 더욱 환한 미소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안쪽에서 보았을 때는 표정이 좀 밝아보이는 듯도 하고, 바깥쪽에서 보니 좀더 어두워보이는 듯도 하고, 정면에서 보면 또 달라 보인다. 햇빛이 비치면 아마 그 차이가 더 커질 것 같다.


주변 바위와의 어울림도 좋다.

계곡 쪽으로 지붕처럼 이고 있는 바위와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를 잡으니, 이런 구도를 어디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경주의 남산이나 그 밖의 장소에서도 바위에 새겨진 부처들이 많이 있지만, 이처럼 깎아지른 층암 위에 기도할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지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산 쪽으로 깎은 듯 잘려진 바위 역시 색다른 맛을 준다.
계곡쪽으로 석축을 쌓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최근 사람들이 한 일이겠지만, 이 근처의 바위들은 모두 대단히 아름다운 화강암으로 바위 자체의 빛이 아주 아름답다.


마애불 뒤쪽에 성처럼 둘러쳐진 저 검은 빛을 띤 바위, 정말 웅장하다. 멀리 보이는 잔설이 희끗희끗한 산들과 함께 새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연꽃잎 위에 서 있는 여래입상(본존불)은 살이 많이 오른 얼굴에 반원형의 눈썹, 살구씨 모양의 눈, 얕고 넓은 코, 미소를 띤 입 등을 표현하였는데, 전체 얼굴 윤곽이 둥글고 풍만하여 백제 불상 특유의 온화하고 자비로운 인상을 보여준다고 한다. 뒤쪽의 광배부분의 연꽃 무늬도 선명하고, 불꽃무늬로 화려하게 처리하여 전체적으로 세련된 조각미를 보여주는 듯 하다.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는 오른쪽의 보살입상은 얼굴에 본존과 같이 살이 올라 있는데, 눈과 입을 통하여 만면에 미소를 풍기고 있다. 이 보살이 바로 제화갈라보살이라고하는데, 석가에게 성불하리라는 수기(授記)를 준 과거불인 연등불의 보살일 때 이름이다. 과거세에 석가모니가 보살일 때, 꽃을 공양하고 진흙길에 자신의 머리칼을 깔아 연등불을 밟고 지나가게 한 바, 그 때 석가모니에게 수기를 내렸다고 한다. 보통 관음보살이라고도 하나, 법화경사상에 의하면 제화갈라보살이라고 봄이 옳다고 한다.조금 안쪽에서 사진을 찍으니, 보살입상의 얼굴 쪽은 붉은 빛이 진하다.




왼쪽의 반가상 역시 만면에 미소를 띤 둥글고 살찐 얼굴인데, 왼쪽 팔 부분이 훼손이 된 것이 안타깝지만, 얼굴에만면의 미소를 띠고 풍만한 얼굴이다.



마애불이 있는 바위와 그 앞의 좁은 관람 장소를 보호하기 위한 석축, 그리고 그 뒤쪽 바위. 석축과 바위 틈에서도 자라는 작은 나무, 새봄이 되면 아마 푸른 새잎을 피울 것이다. 석축 또한 크기가 다른 돌들을 끼워맞춰 만들어서 또다른 멋을 보여준다.




돌아나오면서 찍은 돌계단과 주변 풍경, 쌓인 눈이 겨울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불이문을 안쪽. 뒤로 보이는 산에는 등산로가 나 있다.



마애불 가는 불이문, 절에 가면 법당 입구로 들어가는 문인데, 여기서는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을 뵈러 가는 불이문이다.



해우소 건물과 앙증맞은 굴뚝.산 속은 산속이다. 가파른 곳에 있으니 지붕 위에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



아래쪽에서는 나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전각, 겨울이라 그래도 조금은 보이지만, 다른 계절에는 아래에선 마애불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지금이야 계단을 만들어 일부러 안내하고 있지만.....왼쪽에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위가 바로 마애불이 조각된 바위이다.


내려오면서 뒤를 돌아보며 찍은 사진, 바위가 꼭 집 같다. 하얀 눈이 덮인 지붕 같은 바위, 그리고 오른쪽의 기하학적인 바위가 재미있다. 일부러 여러 선분을 그어 구성을 한 듯한 바위, 틈새도 간간히 보이고, 바위의 틈이 거의 직선이라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왼쪽의 나무 뒤로 보이는 것이 마애불이 있는 바위, 그리고 그 뒤의 산봉우리에 눈이 덮여 있다.


해미읍성을 비롯하여더 보고 싶은 곳도 많았지만, 해빙기에 초상이 많이 난다더니, 부고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울려 서둘러 귀경을 해야만 했다. 평일의 밀리지 않는 길을 달려, 1시간 반 정도 걸려, 시내에 와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서해안고속도로 덕분에 참 빨라졌다. 짧은 충남 나들이였지만, 겨울바다의 파도소리를 맘껏 들었다. 텅 빈 모래밭도 실컷 보았고, 태안해상국립공원의 검은 바위들과의 만남이 행복했다. 또한 왜목마을의 일출은 못 보았지만, 기다림의 그 설렘도 맛보았고, 서산 개심사에서 마음을 열고, 마애불 앞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았으니, 겨울 짧은 여행이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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