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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해안 북부

안면암, 부교를 건너 피안의 세계로/안면도여행기5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바로 안면암이다.

안면암은 펜션의 지배인이 추천한 곳이라 들러보기로 했다. 밀물 때는 작은 섬으로 갈 수가 없어

부목교를 만들어 들어갈 수있게 해 놓았고, 섬에 가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노라고 했다.

사찰인 안면암은 안면도에서 가장 큰 사찰이라고 한다. 천수만 바다에는 2개의 작은 무인

도인 여우섬과 조구널 섬이라는 쌍둥이 무인도가있는데 천수만을 바라보고 있는 안면암

에서 그 곳까지 빨간색의 스티로폼과 나무를 엮은 부교가 연결돼 있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뜨고 빠지가라앉는 200m길이의 부교로,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이 예상 외로 많다.

밀물 때 맞춰 가면 바다에 뜬 채 출렁거리는 부교를 건너섬까지 걸어갈 수 있어 스릴과 낭

만을 즐길 수 있고, 두 무인도 사이로 떠오르는 서해안 일출도 장관으로 손꼽힌다고하는

데, 우리가 갔을 때는 썰물 때라 부교가 뜬 모습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물 빠진 부목교 주변은 작은 꽃게며, 어린 물고기들이 개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부교

가 있는 곳이 뻘이라, 물이 빠져도 사람들이 지나가기 좋게 만든 것 같다. 목을 내 놓은 두 섬 사이

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그 물빛이 환상적이었다. 태국의 푸켓에 있는 바다의 물빛에 뒤지지

않는 그런 빛이다.

부목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갈을 쌓아 길을 만들어 두었다.

마을 쪽에서 트럭이 그 길을 향해 섬 근처로 향했다. 주변은 모두 양식장이라고 했다. 주변 주민

들의 생활의 터전이라 수산물 채취는 금한다고 했다.


부교가 끝나는 지점 부터는 까만돌들이 깔려 걷기가 좋았다.

섬에 도착하니 바위들 역시 예사롭지 않다. 푸켓 제임스본드 섬에서 보았던 그런 바위 못지 않는

경치를 보여주었다. 검은 바위라 더 잘 생긴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군데군데 구멍난 바위가 또한

인상적이었고,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아놓은 돌탑들도 아기자기했다.



물 빠진 개펄에서 물을 기다리는 배 한 척.

긴 돛대가 달린 것을 보니 돛배인가? 돛을 파란 비닐 속에 꽁꽁 숨기고 있다가 물이 들어오면

짠~ 하고 돛을 달고 나갈 것만 같다.



섬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이 예사롭지 않다.

밀물 썰물에 깎이고 깎여, 하늘과 바다와 어우러진 선이 무척 아름답다.

가족끼리, 또는 지인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다.



곰을 닮았다느니, 강아지를 닮았다느니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위 하나.

자연의 대부분의 바위들이 그러하듯이, 보는 방향에 따라, 원근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

보이기도 하고, 느낌이 다르기도 하다.

바위들은 물살에 깎여 반질반질 윤이 나 있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하늘까지 어찌나 맑고 푸른지, 구름에서조차 빛이 나는 듯.....

절벽 위에는 작은 꽃들도 피어 있고, 나무까지 무성하다.


멀리 보이는 물빛에 빠져 있는 절벽 위의 나무들...

쳐다 보는 눈길이 어지럽다.

물 빠진 섬쪽의 모래와 자갈이 너무나 깨끗하다.

육지 쪽에 개펄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섬에 와서는 꼭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 돌탑.

나도 한 켠에 돌을 쌓고 소원을 빌었다.



내가 쌓은 돌탑 중 하나...




간월암과는 달리 안면암은 커다란 절이다.

어쩌면 일본풍이 느껴지는 듯한...나중에 알고 보니 태국식으로 지었다고 한다.

바닷가에 너무 화려한 절이 서 있어서 언바란스를 주는 듯 해서 절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아마도 불교의 종파에 따라 절의 모양도 다르겠지?

절이라면 우리의 전통적인 절이 눈에 익어 이런 양식을 보면, 뭔가 서운하곤 하다. 소백산 구인

사에 갔을 때도 그랬다. 너무 세속적인 듯한....

절도 사람들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세월에 따라 변하기도 해야할 것이라는 이해를 하려

고 노력하면서...




변화는 무엇일까?

너무 시류에 따라 잘 변해도 문제이지만, 변하면 우리는 거부감부터 일으킨다.

아무리 거부해도 변화는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안면암을 다녀온 것이 이번 여행으로서는 의외의 수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곳은 다들 유명하지만, 그런 에메랄드빛 물빛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 아니

었을지...

밀물에 둥 떠서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릴 부교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무척 환상적일 것

같다. 설악산 구름다리 위 보다 더 생동감이 넘칠 것 같다.

물 위를 걷다.

이런 표현이 나오지 않을까?

안면암을 돌아나오면서 어느 마을에서 본 예쁜 집.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아름다운 집들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어디나 멈출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다. 모든 것을 내가 원하

는대로 다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튼 여행은 이렇게 늘 새로움을 샘솟게 한다.

본 것 만큼, 또 다시 늘어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의식....

천상병시인 생가, 꽃박람회장의 백합들, 휴양림의 피톤치드, 안면암 부교의 출렁거림...

아쉬운 것들은 또 한가한 시간을 위해 남겨두고, 일상을 향해 교통체증을 피해 무사히

돌아왔다. 온몸으로 느꼈던 기억들이 당분간 또 살아가는 큰 원동력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