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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동해안 북부

호수 예찬/청초호에 묶이다

호수는 아련한 슬픔을 동반하여 내게 다가오곤 한다.

자세히 보면 더러운 물에 무에그리 감동하느냐고 비웃는 사람도 많지만, 자세히 보면 무엇이

든 대체로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호수는 거대한 물을 담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숭배하기엔 충분하다.

낮아지지 않고서는 물을 품을 수가 없다. 그 많은 물을 품어 주변에 살 기운을 열어주고, 그

댓가로 때론 깨끗하지 않은 것들도 모여들지만, 그들 역시 호수의 손님이 아닐까?

밤이면 호수는 더욱 유용하다.

찬란한 불빛까지 품어 두 배,아니 열 배로 그 빛을 확대시켜 세상을 비춘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달빛도 두 배, 일렁이기라도 하면 서너 배는 되지 않는가? 호숫가 가로등도, 음

식점의 불빛도 호수에게 오면 더욱 반짝이며 커다란 빛을 내는 것을.....

밤이면, 호수는 사랑의 불도 지핀다. 약간의 우울함 속에 배여오는 그리움조차 더 깊은 사랑

으로승화시키고 만다.

아직 개통되지 않는 대교 위에서 바라본 청초호는 호수 중의 호수였다.

좁고 긴 사주()에 의해 동해와 격리된 석호(), 소가 누워 있는 모양, 혹은 술단지 모

양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호수넓이 1.3㎢, 둘레가 약 5km나 되는 큰 호수라고 한다. 북쪽으로

배가드나들 수 있어 항구 역할을 하는 호수인데, 조선시대부터 피난처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 한다.

호수에 배가 정박하는 곳은 많지 않은데, 청초호에는 물 반 배가 반, 그만큼 사람들에게도 유

용할테지만, 해거름에 가까운 햇살에 묘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이래서 호숫가에 사는 사람들이 우울증이 많다는 것일까?



저 멀리 보이는 건물들, 정박한 배들의 그림자까지 합하여도 모든 것을 수용하고도 남을 넉넉함

이 있는 청초호(靑草湖),주변의 영랑호와 더불어 쌍성호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하니, 바다의 도시

속초를 호수의 도시로도 불리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호수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도 어찌나 아름답게 지었는지, 영랑호, 청초호....속초의 호수는 정말 매력적이다.

저 멀리 호수를 에워싼 산, 그 뒤로는 더욱 아름다운 설악산자락이 어우러지고, 푸른 바다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청초호는 정말 호수 중에서도 행복한 호수이다.




청호대교는 그 때 개통이 되지 않아서, 청초호를 더욱 잘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음대로 청초호에 묶인 배가 되어 일렁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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