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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동해안 북부

설악 운해(雲海)

설악 운해(雲海)

비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아도 버스는 이미 설악산 입구에 닿았다.

고향이 속초여서 가이드 역할을 하는 후배 덕분에 저렴하게 곳곳을 돌아보게

된 여름 여행. 모처럼 우등고속버스를 타고, 시내에서는 시내버스와 도보를

이용하여 알찬 1박 2일의 여정을 잡았다. 하루는 아주 날씨가 좋았는데, 두 번

째 날은 그칠 줄 모르는 비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리들 마음은 아랑 곳 하지 않고, 나무들은 빗물을 쪽쪽 빨아먹어 생기가 넘

친다. 8월의 나무와 풀들은 최대의 전성기를 누리면서, 비오는 날의 포식을 더

욱 즐기고 있었다.

다시 찾은 권금성, 케이블카아는 예전과는 다른 세련된 모습으로 우릴 맞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볼 것이 많을 거야. 왔으니 올라가야지....'라는측과

'비오는데 뭔 케이블카야?'이런 측으로 나뉘어, 강행하자는 파는 잘못하면 욕

을 엄청 먹게 될 듯 했다. 그러나 여행은 시도하는데 있다는 쪽으로 기울어 차례

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케이블카가 출발하고 조금만 올라가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구름 속에 들

어선 듯 비구름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으니.....잠시 울렁증과 무서움증이 동시

에 사람들을 공격한다.

그러나, 그도 잠시......

세상에! 이럴 수가! 가슴이 뭉클해진다.

동해 바다가 온통 눈 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것도 온통 하얀 파도로 변해서...

운해(雲海)였다.

하얀 파도가 바다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넘실넘실 살아 움직이는 바다였다.

이쪽 저쪽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산봉우리들. 울산바위, 권금성꼭대기...

그리고 멀리 혹은 가까이 보이는 크고 작은 봉우리들은 순식간에 섬으로 변하

여, 배가 정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이 오르는 바다,

신이 내려오는 바다.

아!

평생 이런 광경을 또다시 볼 수 있을까?



자연의 신비는 정말 끝이 없다.

산 아래엔 비가 줄기차게 쏟아지는데, 여긴 낙원이라니!

인간의 짧은 소견을 비웃듯이, 넘실거리는 하얀 파도.....

신의 그림자 같은....

참, 그랬지.

비행기를 타고 뿌옇게 어두워지는 구름 속을 통과한 후, 바야흐로 드러나던, 그 구름 위의 햇살의 찬란함!

우리의 눈은 얼마나 어두운지, 아니, 시선이 얼마나 짧은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마음의 바다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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