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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남해안 서부

보길도를 찾아서11(완결편)

우리는 나주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지나친 적을 있었지만, 나주에서 머물기는 처음이었다.

나주배가 유명하고, 요즘은 사극에서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는 나주.

우리는 낯선 나주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또 하룻밤을 보냈다. 정말 길고 긴 하루였다.

숙소를 후진 곳을 선택했고, 나도 체기가 있었고 일행 중 한 명이 배탈이 나서 밤새 잠을 설쳤지만, 그것마저도 우리들에게는 먼훗날 더욱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올라오는 길에 수덕사에 갔다.

작년 이맘 때 갔었지만, 다시 가도 고즈녁하고 좋았다.

진입로에 있었던 능소화가 잊혀지지 않는다.

작은 항아리 곁의 앙증맞은 능소화는 예전의 느낌처럼 풍만하고 화려하지만은 않은,

비장미가 풍겼다.

수덕사의 가파른 돌계단은 여전했다.

씩씩거리기 싫어 옆길로 조용히 우회해서 올라갔다.

마당에 들어서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오래된 돌탑 사이로 보이는 하늘, 그리고 고목들...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시골 풍경,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는 사람들.

이 모두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자연은 늘 거기 있는 것이지만

보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어쩌면 자연도 아무 가치가 없을 지도 모른다.

인식 밖의 세상은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을까....

작년에 고영섭 교수님이 설명해주던 절의 여러 부분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그 때 왔던 사람들과의 대화, 처음 보는 풍경에 대한 감동만이 살아있음에 나 자신에게 의아해진다.

그러나

마음은 더욱 차분해지고

떠먹는 물 한 바가지에 정신이 번쩍 든다.





날씨는 어찌나 더운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작은 계곡으로 내려갔다.

와~ 물이 이리도 맑다니!

물을 보고 모두 정신이 없다.

무조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근다.

한 분은 그 와중에 등목까지 하시고......

손수건으로 물을 적셔 목을 씻으니 한결 시원하다.

이렇게 우리들의 여행은 끝이 났다.

돌아오는 길은 그리 막히지 않아, 쾌적한 기분으로 모두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가 보고 싶었던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

처음 가보았기 때문에 모두들 감동이 더 했을 것이다.

더 자세히 보고 싶은 곳도 많았지만, 마음은 모든 것을 다 보고 온 듯하다.

나로서는 이 여행을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환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들렀을 보성 녹차밭이 눈에 아른거린다.

다음에는 무조건 그쪽으로 갈 것을 다짐하며, 여행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