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서해안 북부

빛을 거부하는 바다

너무 밝아서 눈부신 바다, 빛을 거부하는 바다는 늘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아니, 너무 쓸쓸해 보여서 오히려 텅 빈 가슴 한 곳에 바닷물이 꽉 차는 것만 같다.

금요일대낮의 동막리 앞바다는 절반쯤 물이 빠져 개펄이 드러나 보였다.

절반쯤 가득찬 바닷물에 아이들은 해수욕을 즐기고, 뻘에서는 조개를 줍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이제 물이 들어오는 중, 뻘은 점점 짧아지고....

작은 숲에선 고기 굽는 젊은이들,

그들에겐 그릴에 굽는 삼겹살이 먹거리가 아니라

그저 신나는 놀이의 일종으로 보였다.

두 대나 되는 버스에 60여 명의 사람들이 탔지만,

배부르게 먹은 점심 탓에 그저 차에서 잠을 자는 이들도 있고,

제일 먼저 모래밭으로 뛰쳐나간 나였지만

뻘로 들어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지만....

모래밭에 퍼질러 앉아 사람들이, 아이들이 노는 것만 보아도 흐뭇했다.

기다리다 낙조를 보고 오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일정이 있으니

아쉬운 발걸음을 딛을 수 밖에....

솔밭으로 올라오니, 후배들은 그 와중에도 신이 났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도 놀이감을 만들어서 논다.

자갈로 물병 쓰러뜨리기...

응원하는 여자들, 100원짜리 팁이 1000원 짜리가 되고, 그것이 아이스크림이 되고....

자갈 두 개로 번갈아 돌리기까지... 그용어가 뭐더라?

아무튼 세대 차이라는 것이 대단한것, 공존하는 우리들의 공간...

이러저러하게 사는 것, 똑같은 메뉴의 점심을 먹고도

생각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르기만한......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랄까?

빛을 거부하는 바다의 실루엣과 함께.........

무엇보다도, 바쁘게 살다가 가 본 바다여서 더 값진 하루였다.

또 근처에 산다는 함민복 시인이 건져올린 시들이 문득 생각나기도 했던...



'국내여행 > 서해안 북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로 가다 2/시화호  (2) 2008.02.28
바다로 가다/오이도, 대부도  (8) 2008.02.28
영종도 왕산 해수욕장에서  (5) 2006.11.11
보길도를 찾아서 1/행담도를 지나며  (1) 2006.08.14
앵두나무집  (1) 200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