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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캄보디아 앙코르와트

5. 자연과의 싸움이 이룬 장관, 타프롬 사원(Ta Prohm)

5. 자연과의 싸움이 이룬 장관, 타프롬 사원(Ta Prohm)

 

다음 일정은 내가 제일 궁금하게 생각했던 바로 타프롬 사원(Ta Prohm).

앙코르와트 사진들을 보았을 때 마다 느꼈던 의문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돌더미를 뚫고 자란 나무들이 어찌나 신기한지! 도대체 어찌 된 것일지 무척 궁금했다.

 

 

 

앙코르톰의 동쪽 문으로 빠져나가 툭툭이로 다시 20분 정도 들어가서 내리면 입구에 표를 검사하는 사람들이 죽 서있고 그 곳을 통과하면 흙길 주변으로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나무들의 수령이 장난이 아니다. 기기묘묘한 모양으로 얽힌 나무, 쭉쭉 뻗어 하늘을 찌르는 나무 등 피톤치드를 잔뜩 받으며 입장한다. 한 켠에는 또 악사들이 ‘아리랑’을 연주하며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한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일부 사람들이 달러를 보태주기도 한다. 타프롬은 ‘브라마의 조상’이라는 의미다.

 

 

영화 ‘툼레이더’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타프롬사원은 바이욘묘를 지은 자야바르만7세가 그의 어머니를 위하여 지었다고 한다. 효심이 지극했던 왕은 어머니가 좋아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었지만, 지금으로는 유적의 가지보다는 수천 년 수백 년 된 나무들이 사원 건축물을 휘감고 생명을 버티며 왕성하게 자라 신비스러운 것으로 더 유명하다. 타프롬은 동서 1km, 남북 600m의 주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건물들이 훼손되어 사원으로서의 역할은 거의 할 수 없지만, 보석의 방이라는 건물은 별모양의 구멍이 있고, 곳곳에 보석이 박혔던 자국이 있어서 에메랄드, 사파이어 등의 보석들로 꾸며 어머니를 기쁘게 했다고 하니, 그 당시에는 대단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밀림 속에 방치되었던 타프롬사원은 거대한 고목의 나무뿌리가 부서진 사원 담을 휘감고 있는 망가진 모습에서 오히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다. 훼손이 심해 들어갈 수 없는 곳도 많았고, 뿌리 깊은 생명력을 인간의 힘으로 제지하지 못하면 오히려 먹힘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섬뜩해졌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생명의 끈질김은 석축을 뚫고 돌을 모두 뚫고 나갈 수 있으니, 가장 소중하다는 교훈을 주는 듯도 하다. 이 캄보디아의 사계절 더운 기후와 외세의 침략에 소중한 유적지를 버려둘 수밖에 없었던 민족의 비극이 합해서 이뤄낸 소중한 결과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저기 돌덩이들이 굴러다니는 것이 어찌나 참담한지! 참으로 많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던 유적이다.

 

 

 

 

 

 

 

 

 

 

 

 

 

그러나, 한 편으론 몇 백년, 몇 천년 지나도 꿋꿋하게 자라는 나무들이 무척 부러웠다. 수령 4-500년 된 나무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고 한다. 주종을 이루는 나무는 이앵나무, 스펑나무, 산뽕나무, 흑단나무라고 했다. 다 오래 자라는 나무들이고 생명력이 왕성하며, 800년인가 된 스펑나무는 우리 나라 남대문이 소실되었을 때 캄보디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보수할 목재로 제공하겠다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제안을 했지만, 우리 나라 학계에서 우리나라 금강송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무산되었다고 하지만 고마운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나무들이 오래 살았고 건물 사이를 비집고 자라다 보니, 나무 하나에 3종, 4종의 나무들이 연리지로 뒤엉켜 살고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이앵나무 원줄기에 산뽕나무가 뿌리를 내리기도 하여 무성하게 자라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