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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바다 때문에 술을 마신다/이생진

바다 때문에 술을 마신다

이생진

그러나 나는
외돌개*와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
굳게 다문 입을 열어 술을 마신다
아무리 마셔도 메워지지 않는 공백
그 공백을 메워주는 바다가 있어
나는 바다 앞에서 술을 마신다
끊었던 술을 왜 다시 마시느냐
바닷가에서는 끊어진 것이 다시 이어진다는
속설(俗說)에 속아 술을 마신다

*외돌개:서귀포시 천지동에 있는 바위섬. 높이 20m로 삼매봉 남쪽 기슭에 있음.

 

**며칠 전 다녀온 제주도 올레길 7번코스 하이라이트...

  27년만에 본 외돌개는 더욱 아름다워졌다면, 지나친 미화일까?

  이 자연의 신비로움 앞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생진 시인의 시가 문득 떠올라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