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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남해안 동부

남도기행3/해금강, 그리고 외도

아. 날씨가 안 좋다는 예보에 각오는 했지만, 섬 관광을 하기엔 너무 불행한 날씨였다.

안개가 어찌 그리 짙게 끼었단 말인가?

아참, 나는 밤에 잠을 거의 못 잤다.

원고를 완성해야 했기 때문에, 가족 여행을 가면서도 준비를 해 갔지만, 써지지 않았기에, 이번에는 꼭 써야

했으므로...그렇지 않으면 남은 시간의 여행들이 너무 불편할 것이었다.

시평을 써야했으니, 어느 정도 머릿속에 개요는 잡혀 있었고, 시들을 골라놓은 상태라 마음을 먹으니 술술 써

졌다. 그야 말로 일사천리로 써내려 갔지만, 반복 되는 부분들을 정리하느라 골몰하다 보니, 결국 밤을 꼴딱

새고 말았다. 아주 눈이 피로할 때는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으니 한 시간 쯤은 잠을 잤을 것이다. 새벽에

완성을 했지만,30분 쯤 자고 일어나도 되겠다 싶었어도잠 들면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 한 번 더 정리를 해서

탈고를 했다. 새벽 6시, 커튼을 여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아, 배가 안 뜨면 어쩌나?

그래도 안개는 별로 끼지 않고 파도도 잔잔해 보였기에 별 걱정은 하지 않고,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바다를

마음껏 바라보았다. 장승포 앞바다, 전에 외도 가는 배를 타려다 인파에 밀려 한 번 포기한 적이 있었고, 어

느 해 겨울, 남편들 모임에서 단체로 외도를 갔었기에 낯설지는 않은 곳이었지만, 장승포에서 숙박을 한 것

은 처음이었다. 우리 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섬 거제도, 대학 때 친구들과 해금강의 아름다움에 반했던 기억

도 떠올랐다. 그 때는 외도는 관광코스가 아니었으니까....

큰 딸은 사실 외도 보다는 해금강이 제일 보고 싶다고 했다.

외도는 너무 인공적이라 그리 가치가 높지는 않고, 오히려 해금강이 더 값진 유산이라는 생각... 나 역시 동

감이다. 외도관광이 주가 되고 부터는 해금강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는 것 같아 나도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도도 나름대로의 가치는 있지만, 해금강의 아름다움이 그것

때문에 퇴색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부지런히 준비를 해서 장승포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배들은 여러 척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10분 전이 되어도 그저 떠 있기만 했다.

웬일인가 했더니, 아마 일기가 심상치 않은 듯 했다. 파도도 높다고 했고...

그래도 아무튼 시간이 되니 배는 예정대로 출발했다. 터미널에서 볼 때는 멀리서 뿌옇게 보이던 안개가 바다

멀리 나갈수록 더욱 짙어졌다.

선장은 오늘 해금강과 외도는 멀리 볼 수 없다고 했다. 안개가 너무 짙어서.....섬 조망은 날씨가 좋아야 제격인

데...그러나, 그냥 주어진 대로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자고 마음 먹었다.

거제 해금강.

역시 웅장하다. 작은 섬이지만, 기괴한 바위, 사자바위며, 십자동굴 등이 너무 멋있었다.

그러나 몇 년 전에 왔을 때도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이 날은 일기가 사나워서 더욱 설명이 부족한 것이

안타까웠다.

20여전에는 이 해금강의 곳곳마다 바위의 이름을 일일이 알려주며 전설도 알려주고, 특징을 너무나 잘 알려주

었기 때문에,몇 년 전에는 그렇게 한가했는데도, 외도에 밀려 아쉬운 기분이었다. 요즘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

겠는데..

아무튼 우리 딸의 소원인 거제 해금강을 제대로 못 보여 준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아, 저 물빛을 보라!

이것은 거제 본섬의 절벽.....여기만 해도 안개가 덜 했는데....


그 유명한 사자바위.

일출 사진으로 얼마나 많은 사진애호가들을 유혹했던가?
그것만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역시 변함없을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이 사자바위,

정말 웅장하다.


그래도 섬 가까이 오니, 그렇게 심하던 파도가 조금은 잔잔해져 십자동굴은 볼 수 있었다.

이 물빛 좀 봐! 안개 속에서도 청청 물빛은 누가 봐도 의심할 수가 없다.




아쉽게도 해금강은 이걸로 끝이었다.

더 진입을 하려해도 파도가 너무 거세어 그냥 외도로 향한다고 했다. 눈물을 머금고, 그래도 몇 장의 사진,

온 몸에 각인된 아름다움을 기억하며...

외도에서는 주로 인물 사진을 찍었다.

멀리 동서남북을 다 바라보아도 좋은데, 그 조망은 다 포기하고, 나무들의 신비로움에만 감탄하기로 했다.

정말 잘 가꾸어 놓은 섬, 정말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섬을 개척한 분은 돌아가

셨다고 한다. 개인이 노력하여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정말

대단한 분!







여신 포스의 우리 딸....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안개가 그렇게 자욱했음에도 불구하고....



섬 어느 곳에다 카메라를 갖다 대어도 무조건 좋은 사진이 나온다.

군데군데 포토존으로 만들어 놓은 곳들, 그리고 작은 조각들...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꽃과 나무, 그리고

잘 모르면서도감탄할 수 밖에 없는 이름 모를 꽃과 나무.....

날씨가 좋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혀를 차며 뱃시간에 맞추어 정신없이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뛰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