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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그리고 책

유물들의 생동감, 그 노래 /서인숙 시집 『조각보 건축』 서인숙 시집 『조각보 건축』 유물들의 생동감, 그 노래 황경순(시인) 직장일로 가장 바쁜 와중에 서인숙 시인의 『조각보 건축』을 읽게 되었다.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시들을 읽게 되었는데, 한 마디로 개성이 무척 강한 시선집이라는 생각과 함께, ‘유물들을 가장 사랑하는 시인의 시집이로구나!’ 하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그의 시를 읽으면 누구나 갖는 느낌일 것이다. ‘유물들에 대한 애착을 이렇게 가질 수 있다니!’ 가슴이 뭉클해졌고, 역시 시인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1. 유물들의 부활 시를 읽으면서 발견한 첫 번째 세계는, 누가 읽어도 발견할 수 있는 사실, 바로 유물들의 다양한 부활이다. 시대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고, 그 유물들과 .. 더보기
바다에 핀 꽃등이여!/이광석 시집 『바다 변주곡』 이광석 시집 『바다 변주곡』바다에 핀 꽃등이여!황경순(시인) 1. 한평생 ‘바다 변주곡’을 들으며 살고 있는 ‘마산’의 시인 유난히도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 4월, 겨우 꽃눈을 터뜨린 매화 꽃봉오리가 다시 꽃잎을 접으며 주춤하는 것을 아침저녁 출퇴근길, 차창으로 안타깝게 바라보며 바쁘게 지냈다. 그 와중에 「바다 변주곡」이라고 쓰인 시집을 읽게 되었다. 바다의 웅장하면서도 다양한 변주곡을 들으며 움츠렸던 어깨를 펼 수 있었다. 시인의 사유를 따라가자니, 너무나 많은 생각이 일었다. 먼저 가장 확실한 것은 시인이 마산을 너무나 사랑하는 시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물, 그리고 ‘어머니’의 이미지가 시집 전편을 두루 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다는 안식처요, 항상 기댈 수 있는 .. 더보기
능동적 상상력과 구도자의 삶/이향아 시집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 이향아 시집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 2010 『문학과창작』 봄호 능동적 상상력과 구도자의 삶 황경순(시인) 이향아 시인의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를 세 번 읽고 나니 마음이 잔잔해진다. 바람 한 점 없는 호수에 비친 반영처럼 나의 자화상이 보이는 듯했다. 시인은 사물의 표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다양성을 읽는 투시안을 가지고 있다. 물 한 모금, 이슬 한 방울에서도 근원을 읽어낸다. 바슐라르의 ‘능동적 상상력’이 발동하여 물질의 변화를 통하여 미래지향적 새로운 창조를 해낸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그냥 사물로 보지 않는다. 모든 사물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인 관계임을 인식시킨다. 시인에게 모든 것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고, 화학방정식처럼 명확한 관계를 맺는다. 모든 것이.. 더보기
관찰과 비교의 미학/배인환시집`꽃다지와느티나무` 배인환 시집 『꽃다지와 느티나무』 관찰과 비교의 미학 황경순(시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시는 슬픔을 통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고 했다. 특히 가을은 막연히 슬퍼지는 계절이다. 곱게 든 단풍을 보아도, 비 오는 날 창 밖에 떨어지는 그 단풍을 보아도, 괜히 눈물이 나려고 한다. 배인환 시인은 사람들의 이런 느낌을 잘 나타낸 시편들을 모아 여섯 번째 시집 『꽃다지와 느티나무』를 상재했다. 6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가슴에 와 닿는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향한, 비교의 미학에 능하다는 것이다. 자연과 사물 하나하나를 그냥 넘기지 않고 자세한 관찰을 통해 가장 적절한 요소를 추출하여 서로 비교하면서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다. 둘째, 본질을 향.. 더보기
빛과 소리로 시쓰기/주경림시인 계간평 빛과 소리로 시쓰기주경림(시인)최룡관 ‘꿈새’ (自由文學 ‘08년 겨울호)고미숙 ‘새장속의 새(’우리시‘ ’09 7월호)박찬선 ‘바늘길을 베고’ (유심 ‘09 7-8월호)황경순 ‘소리가 맛이 되고, 맛이 소리가 되고’ (‘미네르바 ’09 여름호)김길애 ‘가재’((自由文學 ‘08년 가을호)金進中 ‘모를 일이러니’(自由文學 ‘08년 겨울호)1.들어가며여름에 접어들며 自由文學 2008년 겨울호를 받았다. 타 문학잡지 2009년 여름호와 함께 우편함에 꽂혀 있었다. ‘일찍 내나 늦게 내나 그게 그거란 이치를 터득했다기보다는 판짠이가 한국 현대 시인 협회 이사장 일을 맡아 국제 회의를 여느라 손쓸 틈이 없었기 때문에 본지 편집일이 밀려나와 그렇다’는 申世薰 선생의 솔직한 고백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일흔 호.. 더보기
관조와 희망의 그림 메시지 /양채영시집`개화`리뷰 관조와 희망의 그림 메시지 --양채영 시집 『개화』-- 황경순(시인)시력 40년의 양채영 시인은 이력답지 않은 겸손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여전히 시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아홉 번째 시집을 상재하였다. 시집 『개화(開花)』를 읽고 난 느낌은, 정갈한 그림처럼 산뜻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시마다 한 폭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이미지가 강하다. 때로는 고요한 산수화로, 정물화로, 또는 인물화로 그려지는 그의 시세계에 빠져 현실의 번잡함과 혼란스러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최근 인간성의 황폐화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상한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어 심각한 범죄가 늘고 있다. 그래서 심리치료가 강조되고 있는데, 인간의 마음을 바로잡아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여러 가지 심리치료를 활용하는데, 그 한 가지.. 더보기
낭만적 이미지즘, 김광균(金光均)의 시 세계 -작가 분석-낭만적 이미지즘, 김광균(金光均)의 시 세계황경순(시인) 1. 들어가는 말시 ‘머-언 곳에 여인(女人)의 옷 벗는 소리...’ 라는 시는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눈 내리는 풍경조차도 청각적 이미지로 표현했던 김광균은 소리조차도 모양으로 번역하는 기이한 재주를 가지고 회화적인 시를 즐겨 쓴 이미지즘 계열의 시인이다. 어려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과 함께 찾아온 가난, 장남으로서 집안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의무감, 일찍부터 뛰어든 생활전선, 첫 직장인 항구도시 군산과 군산에 비해 엄청나게 번화한 서울에서의 도시 체험, 그리고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만남, 이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 ‘와사등(瓦斯燈)’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 더보기
손옥자/ 김영남 최영미 강만수 김진기 허전 고정애 *[문학과창작]2009년봄호 거리距離, 그 아이러니와 역설 손옥자 (시인) 출전 : 문학아카데미문학과창작 http://cafe.daum.net/munhakac *김영남 「남성현 고개」 (「학산문학」 2008년 겨울호) *최영미 「서투른 배우」 (「문학사상」 2009년 1월호) *강만수 「노인」 (「문학과 창작」 2008년 겨울호) *김진기 「3분 행복」 (「정신과 표현」 2008년 12월호) *허 전 「미운 아버지」 (「한국문학예술」 2008년 겨울호) *고정애 「각인」 (「문학과 창작」 2008년 겨울호) ‘거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사물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라고 써 있다. 「일월 곤륜도」라고 하는 이철수의 판화가 있다. 밭일을 하다가 저녁이 될 무렵, 동시에 하늘에 뜬 해와 달을 바라보는 작.. 더보기
역사를 넘나드는 상상력 /윤동재 시집 『대표작』 문학과창작 2009봄호 게재윤동재 시집 『대표작』 역사를 넘나드는 상상력 황경순(시인) 윤동재 시인의 시집 『대표작』이라는 제목만 보고, 그동안 쓴 시선집인가 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시의 제목 중 하나였다. 시집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역사 속을 넘나들며 시공을 초월한 묘사를 능수능란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인은 역사 속을 넘나들며 역사적인 인물과 철학, 종교 등 전반적인 분야를 자유자재로 묘사하고 있다. 두 번째로 주목을 끈 것은 삶에 대한 천진스럽고 바람직한 자아성찰의 세계였다. 인간의 기본 도덕성에 대한 자기반성에 너무나 철저하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엄격한 반성과 자아성찰을 통해 끊임없이 절제하고 행동하려는 의지가 결연하다. 세 번째로는 그의 박식한 철학적인 사유와.. 더보기
이런 젠장맞을 일이 2/이상문 소설집 자존심에 가린 인간 내면의 모습 들여다보기 2-'이런 젠장맞을 일이'/이상문 소설집- 그 남자의 아내 또한, 남편의 외도에 배신감과 치욕스러웠지만, 다른 사람과이야기하며 자신만의 해소법으로 손빨래를 하면서 화를 삭힌다. 그러나 남편에게만은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수년동안 앓아온 자신 탓이라고 진수성찬을 만들어 내면서 남편에게 일부러 더 잘 해준다. 다리까지 절단한 자신과 섹스를 해 주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덕분에 그 남자는 비록 외도는 했지만, 죄의식도 없이 아무도 모르므로 당당하게 살 수 있었고, 아픈 아내에게도 큰 소리를 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아내가 죽은 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남으로써, '이런 젠장 맞을~' 이란 욕을 입에서 떼지 못한다. 그것은 이제까지 사회인이나 .. 더보기
이런 젠장맞을 일이!/이상문 소설집 자존심에 가린 인간 내면의 모습 들여다보기 1-'이런 젠장맞을 일이'/이상문 소설집- '이런 젠장맞을 일이'란 소설집을 병원에서 읽었다.최근에는 바쁘답시고 시집은 그래도 열심히 읽고 있지만, 소설은 내가 보는 문예지들에 나오는 단편들이나 읽는 게 고작이었고, 사실 이 소설도 연재가 된 것인데, 솔직히 말해서 잘 읽지를 않아서 죄송한 마음으로, 열심히 읽었다. 책까지 손수 보내주셨으니…….이번 작품집에는 두 편을 실으셨다.'이런 젠장 맞을' 이라는 중편과 '아욱된장국 끓이기' 라는 단편이다.'이런 젠장 맞을'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고 느낌을 적어 본다.만화를 그리는 그 남자는 당뇨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그것으로 '환지통'이라는 병까지 얻게 된 아내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아내와의 일상을 회상하면서, .. 더보기
화제작 좋은 시*손옥자/ 유수화 조용미 이상호 김정임 김영식 황경순 출전 : 문학아카데미문학과창작 http://cafe.daum.net/munhakac삶의 리치 마케팅, 틈새 손옥자 (시인) *유수화 「봄에는 죄를 진다」(『문학과 창작』 2008년 여름호) *조용미 「가을밤」(『시안』 2008년 여름호) *이상호 「휘발성」(『시인세계』 2008년 여름호) *김정임 「푸른 틈새」(『현대시학』 2008년 6월호) *김영식 「그 골목의 별들은 따뜻했네」(『학산문학』 2008년 여름호) *황경순 「얼음 2」(『문학과 창작』 2008년 여름호) ‘간극게이지’라는 말이 있다. 좁은 틈새를 측정하는 표준계기를 이름이다. 혹은 ‘틈새게이지’라고 부른다. 이강식의 「하늘새」 미술전시회 작품을 실은 도록 맨 앞에는 흑지(어둔 밤) 위에 가느다란 빛으로 나무줄기처럼 선 몇 개를 그어놓고 ‘.. 더보기
시집 리뷰/한기팔 시집 `별의 방목` 별을 방목하는 바람 2008 문학과창작 겨울호 특집출전 : 문학아카데미방산사숙 http://cafe.daum.net/poemacademy신작시집해설리뷰한기팔 시집 『별의 방목』 별을 방목하는 바람 황경순(시인) 한기팔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별의 방목』을 받아들고 문득 나를 돌이켜 보았다. 유유자적한 그 시세계와 때 맞춰 더욱 바쁘게 돌아가는 나의 일상이 너무나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시인의 이번 시집과 지난 시집들을 찾아 읽으며, 그처럼 유유자적하게 삶을 관조하는 시세계에 담뿍 빠져들었다. 그는, 바람의 시인이다. 그 바람의 힘으로 구름은 별을 방목하고, 황혼의 상처를 아름답게 한다. 그의 의식 전반을 흐르는 허무와 생의 달관 등 모든 것이 바람과 연결되어 있다. 여러 가지 관점이 나를 어지럽혔으나, 네 가지 .. 더보기
문학과창작 작품상 인터뷰/풀꽃 우주를 감싸는 난초 향기 (주경림시인) 풀꽃 우주를 감싸는 난초 향기 황경순 (시인) 1. 봄날, 유물의 향기 맡으며 3월 넷째주 토요일 오후 2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무료 개관일이라 인파로 북적였다. 현대식 건물의 박물관은 경복궁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고,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하얀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꽃샘추위 탓인지 바바리 코트를 걸치고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주경림 시인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박물관 견학을 온 다소곳한 여학생 같았다. 연못가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비교적 한적한 창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온몸으로 파고드는 카푸치노 커피향을 맡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시인은 매주 토요일마다 여기 박물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나와 전시해설 안내를 하고 있다. .. 더보기
''삼포 가는 길''을 읽고 삼포 가는 길. 황석영의 소설을 읽고 있다.1974년에 쓰여진 이 소설은, 그 시대의 문제점을 잘 반영하고 있다.영달, 정씨, 백화 이 세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TV문학관으로도 방영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노래도 지어졌다.산업화로 나라의 경제는 발전하지만, 그 초석이 되는 서민들의 애환,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사람들의 소외된 이야기를 잘 포착하여 감동을 주는 소설이었다.70년대에 읽었던 것을 다시 읽었지만, 더욱 진한 감동을 주었다.무엇으로 감옥에 살다 나왔는지 모르지만, 베일에 싸인 정씨의 말투와 행동, 막노동일을 하면서, 밥값도 떼먹고 적당히 닳고 닳은 영달의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행동, 이 두 사람이 삼포라는 곳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중간에 백화라는 술집 작부를 만나서 이야기가.. 더보기
''무진기행''을 읽고 무진기행....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던 소설이다.소설을 두루 섭렵하던 시기에 읽었던 기억은 있지만, 오늘 다시 읽어보니 참 감동적이었다.읽게 된 계기가 과제해결이라는 것인데, 소설을 읽고 평을 쓰고 토론에 임해야하는 것이다.60년대의 시골 모습, 그리고 나보다는 10-20년 앞선 세대라고나 할까?그래도 내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새삼스런 느낌이 왔다.무진기행의 백미는 역시 안개이다."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