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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가을비, 인생비 어제 내린 비로낙엽들이 제 갈길로 속속 가고 있다.11월, 특히 낙엽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한 차례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에낙엽들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찬 바람이 부니 마음은 허전하고.....그래서 환자도 많이 생기고, 어르신들은 이 환절기를 더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유난히 초상도 많고, 변화가 생기기 쉬운 계절이라 한다.우리 시어머니를 보며 요즘 좀 가슴이 아프다.별로 어려운 일은 못 하시는 분이라, 본인 몸 걱정은 무쟈게 하시는 터이지만,마음은 늘 앞서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시니,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고 늘 하소연하신다.약도 벼라별 약을 다 챙겨 드시지만.........연세 앞에서 어쩌랴?올들어 더욱 바빠진 나 때문에 조금 힘이 드시는지 모르지만,그래도 시아버님께서 .. 더보기
붉은 가을비 붉은 가을비가 내립니다.피라도 났나구요?벚꽃잎이불게불게 물들어 떨어지니, 붉은 비랄 수 밖에요.벚꽃은 일본의 국화라는 사실만 아니면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기쁨을 줍니다.봄에는 세상을 그처럼 환하게 하더니,가을에는 붉게붉게 물들어말이 붉다는 것이지그 환상적인 빛깔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벌레먹은 벚나무잎은 더욱 멋있지요.붉은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듯이,지도를 그리듯이 말이죠아침에 출근하다가 바라보던 그 빛깔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이제 어두워져서 퇴근하니 보이지도 않겠죠?비 때문에 단풍잎들이 다 떨어지지나 않았을지..걱정을 하면서 퇴근을 서두릅니다...이 가을, 벚잎, 감잎, 은행잎의 그 빛깔에 취해보시실 바라면서....제 몫까지요.....!! 더보기
허리의 항변 일요일 아침, 샤워하다가 갑자기 너무 지저분해보이는 목욕탕 대청소를 시작했다.목욕용품 바구니까지 몽땅 뒤집고, 이것저것 닦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마지막 하수구까지 박박 문질러 닦고 일어서려는데, 뭔가 삑~ 소리가 났다.허리를 제대로 들 수가 없었다.그 시간 이후로 허리를 제대로 펴기도 굽히기도 힘들어졌다.흐릿한 일요일이라 옷정리를 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침대에 누워서 찜질만 하고 지냈다.휴.......어제도 침 맞았건만 차도가 없어, 오늘은 한방.양방 겸용 한방 병원에 갔다.엑스레이 찍고 난리피고, 두 시간을 끌려다닌 끝에 졸지에 추나요법에다, 침에다, 한약조제 처방까지 받아서 거금을 쓰고 왔다. 그래도 두고 봐야 되느니 하고 겁을 주던데......휴..........제대로 된 것인지.. 더보기
기다림의 미학은 알지만.... 우리 반에는 마음에 안 들면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아이, ㅅ이 있다.아이들은 그 아이 때문에 노이로제 비슷하게 걸리고, ㅅ이가 소리를 지르면 반 전체가 비상이다.타이르기도 하고, 엄하게 다루기도 하면서 거의 1년을 지내오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버릇이 잘 못 들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떼를 쓰고, 그것도 안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 아이ㅅ...웬만하면 다독거리고 소리를 지르면 일단 그대로 둘 때도 있다. 길길이 날뛰다가도 제풀에 지치면, 시무룩해지기도 한다.한참 소리를 지르는데도 그냥 내버려두고 한참을 그냥 쳐다본다.그제야, 이제 화 다 풀렸니? 그러면, 네...하고 대답을 한다.앞에 나와 서서 반성을 해. 누구누구가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고 때려서 그랬다고 또 소리를 지른다. 네가 가만히 있었.. 더보기
서울사람들과 명절 산에 가려던 계획은 그만두고 찜질방에 갔다.어깨의 통증이 심상치 않아서, 침을 맞고 싶었지만, 연휴라 차선책을 강구한 것이다.부황이라는 걸 뜨고 싶었는데, 오늘까지 쉰단다.뜨거운 곳을 들락날락거리니 통증이 완화되는 듯도 했다.그러나, 여전히 오른 팔을 뒤로 돌리니 너무 아파서 전신맛사지를 받았다.남에게 몸을 다 맡긴다는 거.........쑥스러운 일이긴 했지만,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남에게모든 걸 다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전신마취를 할 때도 그랬고,어깨 통증 때문에 활법이란 건 받을 때도 그랬다. 요즘은 스포츠맛사지라고들 한다지만...누구 말마따나 본전 다 뽑고 나왔다. 사실, 피곤해서 두 시간 잠이 든 것 때문에 더 늦어지긴 했지만...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예민해서 잠을 잘 못 자는 .. 더보기
추석, 풍요 속의 쓸쓸함 명절증후군.이미 낯설지 않은 이 낱말이, 다시 살아나는 추석명절이다.나로선 예전보다는 훨씬 편해졌다.왜냐하면, 차례를 지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친척들 오는 건 예전과 똑 같지만...올 설에 이어 두번째로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게 되었지만,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다.일의 원인은 이렇다.나의 시아버님은 황해도 연백이 고향이신 실향민이시다.강화 지나 교동도에 가면, 한강 폭보다 좁은 듯한 바다를 사이에 두고, 고향 마을이 훤히 보이시기에해마다 새해가 되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곤 하시다가, 작년에는 55년인가 만에 그리고 그리던동생분들을 만나셨다.원래 8남매의 맏이셨던 아버님은 공산당들의 횡포가 심하던 해방초기에 객지를 떠돌면서 피해다니시다가 월남하셨고, 6.25때는 카츄사로서 맥아더장군과 함께 .. 더보기
가을은 향기와 함께 가을은 향기와 함께 온다.찬 바람이 불면힘 없는 나뭇잎들이 먼저 떨어져 쓸쓸히 뒹굴고....그 갈색 주검이 내 몸인 양쓸쓸한 냄새에 눈물이 난다.미리 다가온 낙엽의 꿉꿉한 냄새 따라탑 하나 쌓고성 하나 쌓고그저 높아만 가는 상념의 성...그러나파란 물이 들 것 같은 하늘 아래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면연둣빛 새싹처럼 싱그러운 향기에 취하여마음이 들뜨기도 한다.낙엽이 썩으면 새싹이 잘 자라듯이가을 향기에 푹 빠질수록내게는 생각의 싹이 무럭무럭 자라리라.. 더보기
가을은 왔는데.. 가을은 왔는데...피부를 스치는 바람에 마음이 스산해지지만, 가을을 즐길 겨를이 없다.어쩌다 지나치며 바라보는 코스모스마저도, 웬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만 같고...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서, 그저 가벼이몇 글자 남기고... 더보기
배신감...... 배신감을 느낀다.그 무덥던 여름, 땡볕의 기억은 몽땅 잊어버리고춥다고 움츠리기만 하는 나 자신에 대해서........ 더보기
끊어진 고무줄 신세! 끊어진 고무줄, 이게 무엇이냐 하면 바로 내 몸이다. 팽팽하게 조여왔던 고무줄이 드디어 팍 끊어진 것이다. 그 동안 이리저리 일 보러 싸돌아 다녔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온몸이 쑤시고....어제,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끙끙 앓았다. 긴장이 풀어지고 맥을 놓으면 이래서 위험해진다는 것인지... 어제가 생일이었는데도, 한 끼 밖에 먹지를 못했다. 케이크를 사오고 선물을 주고 식구들이 부산을 떨었지만, 만사가 귀찮았다. 어제까지 보내기로 한 원고를 못 보내서 독촉을 받았다. 어젯밤에는 어깨는 좀 풀려 새벽까지 원고 6매를 다 쓰고 나니 아침엔 또 머리 가 쑤셔서 또 오전을 헤맸다. 이젠 좀 살만하다. 내일이 아버님 생신이라 당겨서 식사를 해야하는데 다른 집은 다 그만두고 시누이만 오라고 했는데, 아무 .. 더보기
''오늘 집에 들어 오냐?" 이번 여름은 정말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집을 몇 번이나 떠났는지....거의 쉬지않고 매일또는 며칠에 한 번씩 집을 나서는 내게 얼마나 면역이 되셨는지어제 출근을 하려고 나가려니울 시어머니왈,"오늘 들어 오냐?"".........."나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암튼 이번 여름은 1박 2일, 2박 3일 등등 집을 비우는 행사가 많았기 때문이다.정말 마음 놓고 여행을 간 것은 '보길도행 2박3일 뿐이었고, 강의와 세미나 등 각종행사 때문에 동분서주하고 살았기에 그런 말씀이 나오실 만도 한 것이다.내일부터 또 2박 3일간 천안으로 떠난다.이번엔 머리 아프게 교육 받으러 간다. 여름 휴가 답지 않은 여름. 이제 방학은 거의 끝나가고, 일주일 남은 다음 주는 또 출근하다 말다.....그러면 곧 개학.... 더보기
우리는 매일 새로운 우상을 꿈꾼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우상을 꿈꾼다.텔레비전에서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섬기는 특별한 것들을 보았다.어느 나라에서는 오래된 텔레비전들을 모아놓은 곳에서 사람들이 절을하며 소원을 빌고 있었다.오래된 라디오들을 수집해놓은 사람이 죽은 후, 그 곳을 들른 사람이앓고 있던 병이 나았다고 해서, 그 집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기도를한다.어느 절에서는 동전을 부처의 몸에 붙이며 소원을 빌고, 동전을 삶은 물로 목욕을 하면 병이 낫고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사람들마다 마음이 허한 곳이 있기에, 무언가에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기도라고는 잘 하지 않는 내가, 우리 애들이 시험을 볼 때는 정말 절실하게 기도를 하게 되었다. 어딘가 기대고 싶은 인간의 나약함....자꾸자꾸 자기 최면을 걸며 기대고 싶은 마음.... 더보기
행복지수는? 사무실에서 방향을 바꾸는 작업을 했다.앞뒤를 바꾸는 작업인데, 일종의 숙원사업이기도 했지만, 확 뒤집고 보니 손이 여간 가는 게 아니었다.구석구석 쌓인 먼지와 찌든 때를 닦아내고, 인부를 동원해서 선을 정비하고, 가구를 옮기고, 이틀에 걸린 일을 마무리하고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새로운 방향에서 보는 꽃밭, 그리고, 새로운 바람.동양란의 하늘거림마저 여유로워보이는 날,작은 것에서 이렇게 여유가 생기는 것을....책상의 위치가 바뀌니 상사의 얼굴이 코앞에 와 있어서 좀 민망스럽긴 했다.그런데, 볼펜 건네주기가 무척 편안해지고...옮기면서 주인을 잃은 체침기, 불필요하다고 수확한 스테플러 하나까지...온몸이 쑤셔오는 육체적인 피로도 잊은 채행복도, 불행도작은 변화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더보기
기와집 청기와집도 아니고, 그냥 기와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이 초복이라고, 모임에서는 복땜을 하기로 했다. 어릴 적에는 복날이 좋았지. 닭다리라도 하나 얻어 먹을 가능성이 큰 몇 안되는 날 중의 하루였으니까. 하다 못해 수박 한 조각이라도 얻어먹을 가능성이 큰 날이었으니까.... 영양탕이라는 것을 두 번째로 맛을 보았다. 안 먹으면 손해라고 하도 부추겨서 며칠 전 맛을 보았는데 역시 먹기가 안좋았다. 그런데 오늘은 먹을 만 했다. 백숙과 더불어 먹고 나니, 별 거 아니었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 익숙해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지. 순대를 못 먹었는데, 지금은 안 먹으면 가끔 먹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 것처럼. 앞으로도 나는 낡은 기왓장에 익숙해지듯, 그 맛에도 익숙해질 것도 같은..... 더보기